첫 미사
첫 미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1.2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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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 상 수 신부 <청주시 노인종합 복지관장>

가톨릭교회의 복된 전례 중 하나인 사제서품식이 있었습니다.

여덟 분의 새 신부님이 탄생하였지요. 그 중 한 신부님은 제가 신학교 입학을 추천한 분입니다.

그 인연으로 지난 주일에는 추천한 새 신부님의 첫 미사에서 강론을 하였습니다.

시집가는 딸을 향한 부모의 가장 큰 바람은 딸의 행복일 것입니다. 마음은 같지만 저는 새 사제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더 큰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사제보다 그 사제를 만나는 신자들이 더 행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자들이 행복함으로써 세상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사제는 자신과 자신이 속한 작은 의미의 공동체 이익이나 행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사제의 삶이란 타인의 행복을 통해서 기뻐지고 행복해질 수 있어야합니다. 자신을 온전히 내어준 그리스도처럼 마침내 목숨까지 내줄 수 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가시적 성장을 제일의 가치로 추구합니다.

그런 사회에서 타인의 행복은 쉽게 간과될 수밖에 없습니다.

GDP 3만 불, 4만 불을 부르짖는 사회에서는 인간과 인간의 가치가 소홀해지고 신속함과 효율성으로 대변되는 기계적 가치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사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사제는 시대를 거슬러 사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무엇이 진정 인간을 살게 하는 일인지 복음의 바탕에서 식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취지의 강론을 하면서 저 자신은 부끄러웠습니다.

새 사제들을 바라보면서 조금은 안일해지고 퇴색된 저를 보았습니다. 새 사제를 위한 첫 미사였지만, 저 자신에게 행한 강론이기도 했습니다. 세상의 가치와 복음의 가치를 때에 따라 합리화하면서 쉽게 사는 방법을 택했던 저를 향한 경고이기도 했습니다.

사제서품식과 새 사제 첫 미사를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새겨봅니다.

사제직은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공동체의 것이고, 교회의 것이고, 세상의 것이고, 하느님의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이것만은 잊지 않았으면 하고 간절히…. 아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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