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 프로그램에 파고든 '동네정치'
주민센터 프로그램에 파고든 '동네정치'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8.01.24 22: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한 인 섭 <사회체육부장>

"수강생들이 계모임화 돼 신규로 활동을 하려면 왕따되기 십상이고, 일부 지역은 현직 시의원이나 출마를 염두에 둔 주민자치위원장들이 표를 챙기려는 '발판'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든다."

이는 다름 아닌 청주시 산하 일부 주민센터(동사무소) 프로그램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지닌 이들의 시각이다.

최근 청주시가 산하 주민자치센터들이 운영중인 프로그램 문제점을 점검해 일단 개선방안을 시달했으나 '맥'을 잘못 짚은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등 논란이 만만치 않아 실태와 역할을 새삼 생각케 한다. 사실 주민자치센터 단위로 운영중인 여가 프로그램에 대한 일반인들의 태도는 '무관심'에 가깝다.

참여하는 수강생 대부분이 중년층이나 노년층이고, 여성이 주류를 이루다 보니 일반의 관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또 프로그램 자체가 여가적 성격이 강해 참여하는 사람들이 만족만하면 그만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들여다본 프로그램 운영에는 '정치'와 '정체'란 두 개념이 자리잡고있는 듯 해 간단치 않아 보인다. 주민자치 프로그램은 동별로 편차가 있지만 적게는 5∼10여개씩 운영된다. 한 강좌에 20명 안팎의 인원이 참여하는 경우도 있고, 많게는 60∼70명에 달한다. 전체 프로그램 참여하는 인원 역시 주민센터마다 달라 적은 곳은 200명에서 많게는 600명에 달한다. 노인층을 위한 한문교실에서부터 서예, 에어로빅, 탁구, 풍물, 노래교실 등 다양하다. 강사비는 1인당 월 20만∼30만원.

운영실상에 대해 들어보면 가장 먼저'상식'을 깨는 것은 수강생 대부분이 한 프로그램에 3∼4년씩 참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이다. 통상 이런 류의 프로그램이라면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새로운 수강생들이 자리를 대신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런 흐름 때문에 수년간 친숙해진 프로그램 수강생들이 '계모임 회원' 처럼 되기 일쑤라고 한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는 신규 희망자들이 신청서를 제출한 후 참여해도 서먹해 섞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일부 프로그램은 아예 신청자를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주민자치 프로그램에 이를테면 '문턱'이 생긴 셈이다.

지역별 여건에 따라 신규모집을 해도 신청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이유는 될 수 있겠지만, 일정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고, 손쉽게 운영하려는 '행정편의'가 아니냐는 비난이 가능한 대목이라할 수 있겠다.

이렇듯 상당수 수강생들이 장기간 참여하고, 계모임화 할 정도의 성격을 지니다 보니 지역구 시의원들이나 시의원 출마 기회를 엿보는 일부 주민자치위원장들이'관리대상'으로 여기거나, 이미 '사조직화'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또 자기사람을 심어 세력화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동 주민센터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에 3∼4년씩 발걸음을 하면 자연스레 이들과 접하는 기회가 잦아 이런 폐단까지 빚어졌다는 것이다. 이같은 비판적 시각을 지닌 이들은 청주시의회 지역구 의원 23명중 5명이 주민자치위원장을 역임한 것만 보더라도 사정을 짐작할 수 있는 '방증'이라고 주장한다. 더 심한 경우 수강생들이 주민자치위원장이나 시의원중 한쪽으로 세가 갈려 누구는 누구 '라인'이라는 얘기가 '동네'에서 통한다고 한다.

최근 민원이 불거지자 시는 일부 주민센터 수강생들이 월 몇천원씩 걷어 강사료 명목으로 주거나, 강의 재료비로 사용했던 관행을 금지시켰다. 또 활성화 방안도 강구중인 모양이다. 이런 조치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동네 정치'를 차단하는 것 아인가 싶다. 여가 프로그램의 내면이 '정치'와 맞닿아 있다면 이 것 처럼 우스운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