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에 묻는 종교의 의미
우리 시대에 묻는 종교의 의미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1.2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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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 태 종 <삶터 교회 담임목사>

지난 세기는 종교의 종말을 곧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분위기가 넘쳤다.

과학과 그 과학을 등에 업고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 그리고 지식과 의식의 급격한 변화, 그에 뒤따른 합리적 이성에 대한 인간의 신뢰는 다분히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것을 바탕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는 종교가 자리잡을 수 있는 여지를 허용할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 같은 문명화 앞에서 많은 부분에 있어 전근대적 성격을 지닌 종교는 그다지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삶과 미래에 대한 종교적 태도가 막연한 것이었다면 과학의 진보에 의해 보장되는 삶의 편리와 다양한 이익들을 생각할 때 도저히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도 그리 그릇된 판단은 아니지 싶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20세기의 종교는 결코 약화하지도, 무너져내리지도 않았다.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동안 존재하던 종교는 20세기의 상업주의와 결합하면서 더욱 왕성해지는 현상을 낳으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사이 과학과 기술의 한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물질문명이 인간을 황폐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재기반인 지구의 자연질서를 깨뜨려 마침내 인류는 말할 것도 없고 지구 생명공동체가 깨어질 수 있다는 새로운 형태의 종말론적 위기감이 조성됐다.

이런 상황에서 21세기의 종교는 새로운 과제 앞에 놓였다는 분석과 전망이 나왔고, 각 종교마다 자연과 생태계에 대한 대응방법을 찾는 움직임도 조금씩 그러나 매우 진지하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종교가 인류의 희망이라는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거기서 가능했다.

20세기의 종교가 이전 시대까지 전개되어 온 종교현상을 종합하면서 살아남았다면 21세기의 종교는 이제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야 하고, 그런 시대적 요청 안에서 종교의 종교됨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할 시점에 놓이게 된 것이다.

과거의 문제를 청산하고 보다 깊이있는 자기성찰을 통해 새 시대의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거듭남이 필요한 것이 현 시점의 종교에 주어진 숙제다.

그런데 우리 시대의 종교가 일반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모습에서 이런 가능성이 보이는지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종교가 보이고 있는 윤리적 태도라든가 자연과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놓고 볼 때 아직도 우리의 종교는 20세기적 상황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틀린 것만도 아니다.

요즘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의 문제도 그와 맥락이 닿아 있다고 본다.

종교가 미래를 여느냐, 아니면 현재와 결탁해서 한 시대를 망치는 데 동조할 것이냐, 아니면 미래를 여는 문고리의 역할을 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있다는 것이 내 생각, 갈림길 앞에서 조바심하며 미래를 가만히 전망해 본다.

아직은 아득하기만 하지만, 어둡지만은 않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홍수로 불어난 물과 샘줄기는 다른 것임을 모르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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