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은 지어야 한다
복은 지어야 한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1.15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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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전 철 호 <충북불교대학 교무처장>

무자년 새해에 주고 받는 인사말 중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고 보편화 되어 있다.

그러나 인과응보를 믿는 불교 쪽에서 본다면 복은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어서 오게끔 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누구나 복을 많이 받고 싶어 하고'복 많은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돈 복, 자식 복, 건강 복 등 복도 가지가지다.

우리가 말하는 오복은 전통적으로는 오래 사는 수(壽), 돈과 물건이 풍족한 부(富), 건강하게 사는 강녕(康寧), 도덕과 윤리를 지키는 것을 즐겨하는 유호덕(悠好德), 명대로 살다가 편안하게 죽음을 맞는 고종명(考終命)을 뜻한다.

시대 변화에 따라 건강한 몸을 지니는 건(健), 서로 아끼면서 오래도록 함께 할 배우자를 의미하는 처(妻), 자식에게 손 안 벌려도 될 만한 경제력인 재(財), 생활의 리듬과 보람을 가질 수 있는 적당한 일거리를 갖는 사(事), 나를 인정해주고 알아주는 참된 친구를 두는 우(友)를 신오복(新五福)이라며 즐겨 이야기하곤 한다.

부처님은 견의경에서 "열매를 얻으려거든 씨를 뿌려라. 착함을 뿌리면 복을 얻고 악함을 뿌리면 재앙을 얻는다. 종자를 심지 않고는 열매를 얻지 못하나니 그 마음을 올바르게 가지면 복은 스스로 그 몸에 돌아올 것이다"라고 가르침을 주셨다.

그러나 생활을 하다 보면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 복을 받지 못하고, 지탄받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잘사는 것을 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법구경에서는 "악의 열매가 익기 전에는 악한 사람도 복을 받는다. 그러나 악의 열매가 익을 때에는 악한 사람이 죄를 받는다. 선한 열매가 익기 전에는 착한 사람도 화를 만난다. 그러나 선의 열매가 익을 때에는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다"라고 하면서 그에 대한 답을 일러준다.

희망의 새해를 맞은 우리들은 누구나 복을 받고자 하는 마음들일 것이다. 누구나 더 삶을 원하고 나름대로 희망찬 한해를 그려보고 설계를 하고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뿌리지 않고 거두려고 하는 마음은 남의 것을 훔치는 도둑의 심보와 다를 바 없다. 남에게 친절을 베풀지 않으면서 남이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같다. 복을 받고자 하면 먼저 복 밭에 씨를 뿌려야 한다.

불가에서는 부처님 전에 '복전함(福田函)'을 비치하여 씨 뿌리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많은 것을 가지고도 남의 것을 탐내면 거지 심보를 지닌 것이고, 적은 것을 가지고도 남에게 주기를 좋아하면 그것이 부자의 마음이다. 거지 심보를 가진 자는 언젠가는 거지로 전락할 것이고, 부자의 마음을 지닌 사람은 언젠가는 부자의 삶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건강도 내가 가꾸어야 건강해 지는 것이고, 부부관계도 스스로 만들어가야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고, 경제력을 갖추는 것도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결코 아니다. 보람을 찾을 일거리도 스스로 창출해야 하고,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것도 자신이 노력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철학관을 기웃거리거나 인터넷으로 운세를 점치기도 한다. 미래를 궁금하게 여기는 이들에게 부처님 가르침 한 구절을 전해주고 싶다.

"전생의 일을 알려면 금생에 사는 것을 보면 알고, 미래의 일을 알려면 금생에 사는 것을 보면 안다."

요즘은 초고속화 시대라 씨를 뿌려 열매를 맺는 속도도 빨라졌다고 하니 복 밭에 씨 뿌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입춘이 다가오고 봄이 오면 우리들의 마음의 복 밭에도 씨를 뿌려야 한다. 가을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봄에 씨를 뿌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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