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동원된 청주·청원 통합논란
막말 동원된 청주·청원 통합논란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8.01.14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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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 인 섭 부장 <사회.체육부>

새해 벽두 청주·청원 통합 논란이 또 불거졌다. 양지역 단체장이 '행정 방침' 또는 '의견'형태로 표출한 공방이 급기야 '막말' 수준으로 치달은 것이다. 선수를 친 것은 김재욱 청원군수다. 김 군수는 지난 3일 한 언론을 통해 밝힌 신년 계획에서 "인구 15만이 넘어설 경우 시 승격을 추진하겠다"며 "행정수요가 늘어 국 설치 등 조직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개발과 인구유입이 동시 진행되고 있는 청원군 사정으로 볼 때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발언내용 보다 '통합 얘기 그만하자'는 소리로 들렸다. 마침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아예 '쐐기'를 박고 싶었던 모양이다.

'통합'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남상우 청주시장은 지난 7일 열린 시정 신년브리핑에서 공식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군수의 발언을 염두에 둔 기자들의 질문에 "청원군의 시 승격 추진은 행자부 방침과 맞지 않는 것"이라며 아픈 곳을 찔렀다. 그는 또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하는 것이 좋겠다"는 기존 로드맵을 환기시켰다.

문제는 이 다음이었다. 김 군수는 남 시장의 발언이 나온 직후였던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청원군이 밝힌 반영구적 광역쓰레기매립장 조성방침에 대한 청주시의 대응(군이 용지를 제공하면 청주시가 예산 지원)은 '수준이하의 마인드를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청원군이 청주시 예하기관이냐"며 일갈했다. 김 군수의 발언 직후 남 시장 역시 비공식자리를 빌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들이 주고받은 공방에는 '주사'니 '기능직'이니 듣기 민망한 소리도 동원됐다. 지역현안을 진지하게 고민했던 많은 사람들은 이 말에 아마 '혀'을 찼을 것 같다. 두 단체장의 '장군멍군식' 공방에 감정섞인 표현까지 동원되면서 '판'은 썰렁해지고 말았다. 통합을 둘러싼 양지역의 '전선'(戰線)만 새삼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이번 공방은 '청주·청원 통합'이 됐든 '청원시 추진'이 됐든 지역의 큰 현안을 대하는 단체장의 역할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두가지 사안에 있어 단체장들이 과연 순기능을 했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앞으로는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생각하게 했다는 점이다.

주민투표로 '통합'이 부결됐던 2005년 9월이나 지금이나 이 문제는 여전히 단체장들이 '키'를 쥐고 있다. 문제는 정치적 이해가 서로 다른 이들이 각각의 셈법으로 접근해 사안을 왜곡시켰다는 것이다. 2005년 주민투표 결과는 이를 증명해 보였다. 당시 오효진 전군수도 통합논리에 맞서 청원시를 추진했었다. 그러나 해외동행 출장 등 한대수 전 청주시장과의 몇차례 회동 후 "통합이 대세라면 군민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군의회 다수의원과 이장단협의회, 직능단체 등 주민대표에 대한 설득을 소홀히 해 군민 53.5%(투표율 42.2%) 반대라는 결과가 나왔다. 주민투표 조건으로 시장 불출마를 선언했던 한 전시장은 충북도지사 후보경선(한나라당)에 나섰다 고배를 마셨다. 오 전군수는 '청원'을 포기하고, 청주시장에 도전했다 역시 실패했다. 당시 이들의 정치적 행보는 논란이 됐었다.

청주·청원 통합과 청원시 추진은 양 지역에서 언제든 '뜨거운 감자'로 대두될 수 있는 현안임에 틀림없다. 양 지역은 1∼2년내에 또 한차례 홍역을 치러야 할 것 같다. 이번 공방을 보면서 분명해진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단체장들이 나서서 좋아질 게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이나 단체가 주민의견 등을 토대로 '방향'을 정하면, 양 자치단체가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가장 근접한 해법 아니냐는 말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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