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동로' 비판 수용한 남시장
'무심동로' 비판 수용한 남시장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1.03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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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 인 섭 부장 <사회문화체육부>

청주 무심천 동편에 교각을 세워 8차선 도로를 추진하겠는 '무심동로'사업이 3일 윤곽을 드러낸다. 오늘 발표될 내용에는 당초 하천에 교각을 세우려했던 계획은 빠진 것으로 알려져 일종의 '수정안'이랄 수 있겠다. 공약 발표내용이 구상단계였다면 이를 구체화한 실행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도 보인다. 논란이 됐던 환경적 측면과 경관에 미칠 영향도 충분히 고려한 내용을 계획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약 발표이후 여러 단계를 거쳤지만 당시를 기준으로만 본다면 커다란 정책 변화인 셈이다.

남상우 청주시장이 취임한 직후였던 2006년 9월 100대 공약의 하나로 발표했던 이 사업은 무심천 둔치 하상도로 철거와 도심재정비사업에 대비한 도심교통 해소 차원에서 접근됐다. 무심천 제방도로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경제적인 도로를 건설하겠다는 취지도 담겼었다. 오는 2015년까지 투입할 예산만 해도 4000억원대에 달해 관심을 끌 수 밖에 없었다. 청주 제2운천교에서 방서교까지 6.8 구간에 폭 35m 8차선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특히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무심천 경관과 환경에 미칠 영향이 상당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남 시장은 이런 논란에 대해 '무슨 소리냐'는 '자세'였다.

도심 교통난을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지 않을 시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려면 상당한 대가도 치러야 했던 사업이었다 할 수 있다. 우선 청주의 대표적 상징성을 지닌 하천의 경관변화였다. 무심천은 여러가지 형태로 표현될 수 있겠지만 청주와 같은 의미로 간주된다는 것에는 이의를 달 수 없을 것 같다. 그때그때 경관은 조금씩 변화는 있었겠지만 선사시대에서 최근에 이르기까지 일부 '인공'이 가해진 것을 제외한다면 하천 그대로의 형태나 자연성은 늘 유지됐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초 발표됐던 대로 무심천 동쪽 벚꽃가로수를 베고, 교각을 세워 도로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은 시민 개개인이 지녔던 정서와의 충돌이 불가피했다.

환경에 미칠 영향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부터 135억원이라는 적지않은 예산이 투입돼 그나마 자연형 하천 꼴을 갖춰가는 마당에 하천 한쪽면 전체에 대형 콘크리트 교각을 세운다면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은 뻔하다는 비판이었다. 사전환경성 평가 등 법적 절차를 뛰어 넘는 것도 쉽지않은 문제였다. 시의회 역시 반대 입장을 보여 시는 일찌감치 기본설계 용역비 30억원 편성방침을 철회해야 했었다.

무심천은 흔히 '청주의 젖줄'로 표현된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무심천은 단체장이 바뀔 때 마다 정치적 '승부처' 중 하나였던 듯 싶다. 그 만큼 시민들의 애정이 담겨있고, 삶의 질과 밀접해 '표'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무심천이 어떤 곳인지 짐작할 수 있다. 어떤 단체장은 무심천에 하상도로와 주차장을 건설했다. 환경단체의 비난이 거셌지만, 당시엔 도심 교통난, 주차난 해소에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는 '박수'에 밀렸다. 또 다른 단체장은 자전거도로를 시작했고, 후임자는 증설계획을 세워 추진 중이다. 자전거도로 역시 하천환경에 미칠 영향을 놓고 논란이 있지만 '시민휴식처로 이 만한 시설도 없지 않느냐'는 반론과 저울질 할 경우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수 있다.

무심천사업은 이렇듯 구미가 당기는 일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오늘 발표될 무심동로 사업은 기존 사업과는 규모나 미칠 영향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게 분명하다. 시민 선호도를 저울질할 성격도 아닌 것 같다. 자세한 내용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환경과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민여론'을 남 시장이 선선히 수용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향후 제기될 논란 역시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열린시정'의 출발점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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