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와 시화연풍(時和年豊)
실용주의와 시화연풍(時和年豊)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8.01.01 2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남 경 훈 <정치행정부장>

2008 무자(戊子)년의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정부수립 60주년의 해이다. 10년만에 이뤄진 정권교체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다. 제 18대 총선은 D-98일이다.

숨가쁘게 산업화, 민주화를 이뤄낸 대한민국호(號 )는 이제 '선진화'를 달고 항해를 시작했다.

이를 의식한 이명박 정부는 실용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얼마전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은 "친노(親盧)라고 표현되어 온 우리는 폐족(廢族)" "죄 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들과 같은 처지"라고 했다. 권력이란 이처럼 놓으면 무상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정치 386으로 대표되는 친노그룹이 폐족이라는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실정때문이다. 복잡하고 해석키 어려운 사회현상을 갈등으로 가르고,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차이를 추상적인 평등이념으로 억지로 메우려 했기 때문이다. 결국 민심은 이반했고 대선에서 표심으로 드러났다.

폐족이란 말은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너희는 폐족이다"고 했을 때부터 나온다. 그는 이어 공부를 하라고 다그친다. 폐족은 과거로 입신하는 데 걸림이 있을 뿐, 성인이나 문장가가 되는 데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폐족이란 말을 안희정위원장은 잘못 사용한 것같다. 너무도 자신들을 한탄하는 소리로만 들리기 때문이다.

'이명박 시대'를 맞은 대한민국은 실용주의 구호로 가득하다. 실용정신은 덩샤오핑의 흑묘(黑猫)·백묘(白猫)론으로 대변된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국보위 전력이 있는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을 인수위원장으로, 외국인을 국가경쟁력 특위 공동위원장으로 부른 것은 이 대통령 당선인의 실용 감각이 돋보이는 인사다. 지역·학벌·이념·경력 같은 출신성분과 관계없이 적재적소에 인물을 쓰는 게 아마 신(新)권력이 주창하는 실용주의일 것이다.

이 당선자는 올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나라가 태평하고 해마다 풍년이 든다는 '시화연풍(時和年豊)'을 꼽았다.

조선왕조실록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시화연풍'은 조선시대 임금이 등극할 때나 새해 어전회의에서 국정의 이상으로 내거는 문구다. 왕조실록 '중종 45권'편에는 한 선비가 왕에게 사면령을 자주 내리지 말라는 간언을 하면서 "어진 이를 구하고 간언을 받아들임으로써 조정에 잘못이 없고 백성에 원한이 없으면 자연 시화연풍하여 재변(災變)이 저절로 사라진다"고 말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전문가, 정치인들이 지난 한 해를 평가한 사자성어를 내고 있는 데 비해 이 당선자는 주로 새해의 희망이나 계획을 담은 사자성어를 발표한 것이다.

어찌됐건 우리 사회의 올해 최대 화두는 경제 살리기로 모아진다. 지난해 지표로는 주가 2000시대가 열리고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그런대로 성과를 거두었으나 우리 사회는 가계 소비여력의 고갈과 기업의 투자 부진으로 경제의 활력이 예전만 못하다. 이런 점에서 '경제대통령'을 자임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철학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 당선자는 규제 완화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고 과실을 서민들과 같이 나누는 이른바 '따뜻한 시장경제주의'를 정책 기조로 제시했다.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로 서민의 체감경기가 보다 온화해졌으면 한다.

우리는 또 통일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한해가 되길 기대한다. 이와함께 대립과 분열, 갈등과 반목을 지양하는 통합의 리더십도 기대해 본다.

대선에서 드러난 이같은 시대정신이 철저히 국민들 마음속에 녹아 내리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