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돼지띠 해의 마지막 날
황금돼지띠 해의 마지막 날
  • 문종극 기자
  • 승인 2007.12.31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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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문 종 극 <편집부국장>

지난해 이맘때 정해년 돼지띠를 둘러싸고 희망을 노래하는 여러가지 설이 분분했다.

600년에 한 번 찾아온다는 황금돼지띠 해라는 것 때문이었다. 붉은 돼지 중에서도 600년만에 찾아온 황금돼지띠의 해.

황금돼지는 억측이라는 많은 주장속에서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다가오는 해에는 뭔가 이뤄지기를 기대했고 소망했다.

음양오행의 학문이 탄생된 중국에서는 붉은색이 재물을 상징하기 때문에 붉은돼지해에는 황금, 즉 돈이 많이 들어오는 복이 있는 해라고 믿게 됐다는 것이 우리에게 전파돼 요란스러웠던 것이다.

이 때문에 세밑이 산달인 산모는 의학을 힘을 빌어 참고 참아 황금돼지띠 해에 아기를 출산하고 올해에 출산하기 위해 결혼식을 그렇게 맞춘 신혼부부도 부지기수였다. 자식이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돈이 따르게 해주고 싶은 간절한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나 그런 황금돼지띠의 해에도 우리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찬바람이었던게 사실이다. 지갑은 더욱 더 얇아졌고 어떻게든 일거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조바심은 어느해보다도 심했다. 수출은 사상 유례없는 성장을 보였고 외환보유고는 넘쳐 더 이상의 보유를 걱정할 정도인데 대부분 서민들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다. 수출호황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소비위축·정치-사회 등의 불확실성·비용부담 증가 등으로 인해 투자를 꺼리면서 소비위축-투자감소-고용감소-소득저하-소비위축이라는 악순환 되풀이 되고있다. 서민경제가 바닥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황금돼지해도 끝나는가 싶었다.

그런데 30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명박 당선자의 '서민 생활비 30% 절감' 공약을 취임 전에라도 시행할 방침이라는 발표를 했다.

서민들에게는 황금돼지해에 대한 당초의 기대를 이 해의 끝자락에서 음미하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인수위는 유류세 10% 인하, 휴대전화료 인하 공약도 가급적 빨리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단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전날 인수위원 워크숍 결과를 설명하는 정례브리핑을 갖고 "현 정부와 협의해 추진해야 할 당면 과제는 즉각 시행될 수 있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며 서민생활비 30% 절감, 유류세 10% 인하, 휴대전화비 인하를 당면 추진과제로 꼽았다. 또 이 대변인은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불특정 제조업이 아니라 문화·미디어 사업이며, 이들의 눈 높이에 맞는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앞으로 이 분야의 집중적인 정책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은행에 붓는 돈은 새는 물동이지만 서민가정에 붓는 돈은 돌고 돌아서 건전한 산업의 확대로 고용이 창출되면서 서민경제에 활기가 돈다"고. 또 "서민에게 퍼붓는 것, 이것이 정치의 근본"이라고도 말했다.

일본의 원로 생활경제학자 데루오카 이츠코는 자신의 저서 '부자나라, 가난한 시민'을 통해 "일본은 돈이 많다는 점에서 분명히 부유한 나라지만, 삶의 질에서는 결코 풍요로운 나라라고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인 홍성태씨는 이 책을 번역하면서 "한국도 역시 잘못된 기형 국가의 길을 걷고 있다"며 "일본의 사례를 우리의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약간 빗나가는 듯 하지만 부자나라에는 대부분의 국민이 부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 대다수인 서민도 부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서민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해의 끝자락에서 잡은 서민들의 황금돼지해에 걸었던 소망이 헛되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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