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석면 논란의 해법
폐석면 논란의 해법
  • 박병모 기자
  • 승인 2007.12.28 22: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주장
박 병 모 부장 <진천 증평>

석면은 '숨어있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슬레이트나 텍스 등 건축자재 속에 숨어 있는 석면은 언제든 인간의 생명을 해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석면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발암물질로 지정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석면폐를 비롯해 악성중피종, 폐암 등을 유발하는 이 몹쓸 물질에 대해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규제를 시작했다고 한다. 일부 국가들은 아예 사용자체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을 정도다. 석면을 사용하면서 얻을 이익보다 자자손손 계속될 혹독한 대가가 더 가혹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석면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적절히 대처하지는 못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폐석면 발생량이 연간 100∼200톤에 이른다는 비공식통계는 있지만, 부서진 건축자재에 포함돼 매립되는 폐석면의 양이 얼마나 되는 지는 추산조차 못한다 .

요즘 이런 석면과 관련해서 진천군이 술렁이고 있다. 폐석면 중간처리업체 A사가 지난달 초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따내고, 문백면 도하리에 공장을 건립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이 업체는 허가를 받는 동시에 발빠르게 폐석면 운반차량을 마련하고 고형화시설과 계량시설, 보관시설 등을 설치하면서 본격적인 가동에 나설 태세였다.

사업허가부터 공장가동 직전단계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것은 진천군도, 진천군의회도 아니었다.

바로 공장주변 마을 주민들이었다.

공장 앞에서 시위를 갖고, 공장 앞 사도(私道)에 시멘트벽을 설치하고 나선 것도 주민들이었다.

사도를 막고 나선 주민 대표자들은 회사측으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주민들이 나선 것은 불문가지다.

폐석면 처리업체가 인근 야산 8∼9부 능선에 자리잡고 있어 바람이 불 경우 발암물질이 광범위하게 유포될 것이고, 잠복기간이 20년이나 되는 무서운 물질이 체내에 차곡차곡 축적될 것이란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 공장 반경 2∼3 이내에 있는 수백여 채의 가옥과 공장, 어린이집, 흑미 생산이 목적인 친환경농업단지도 피해가 예상된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분노한 주민들에게 기름을 부은 것은 다름 아닌 진천군이었다.

금강유역환경청이 진천군에 '주민들의 의사를 파악해 알려달라'는 공문을 보냈는데도 군은 성실한 주민의견 수렴없이 곧바로 회신해버린 것이다. 이것을 기화로 최종사업허가가 떨어졌고, 업체의 가동준비가 탄력을 받았다는 것을 알아챈 주민들은 일제히 군을 성토하고 나섰다.

진천군이 사전에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뒤늦게 군수와 부군수, 관련부서 직원들이 환경청장을 찾아가 허가취소를 요구했지만 허사였다.

환경청장은 뒤늦게나마 문백면 도하리 공장현지를 둘러보고 심각성을 느끼고 돌아갔으니 일말의 희망을 걸어볼만하지만, 여기에 전적인 기대를 걸기도 어렵다.

환경청은 허가를 철회할 경우 업체로부터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허가과정에서 법적용상의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면 몰라도 단지 주민반발을 이유로 뒤늦게 행정행위를 스스로 무효화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어찌됐건 폐석면 재처리공장 허가로 빚어진 논란의 불씨는 진천군이 꺼야 한다.

진천군이 "우린 허가권자가 아닌데 책임질 일이 무어냐"는 자세를 보인다면 곤란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