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대'의 정치적 퇴조
'2030 세대'의 정치적 퇴조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7.12.24 0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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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 인 섭 부장 <사회문화체육부>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린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20∼30대 젊은층의 '정치적 퇴조'를 꼽을 수 있다.

지난 87년 직선제 대통령 선거가 시작된 이후 이들은 매번 정치적 의사를 분명히 했다. 때론 판세를 갈라 놓는 역할도 했다. 그래서 이들의 '표심'은 빼놓을 수 없는 '관점 포인트'였으나 이번엔 그렇지 않아 의미를 곱씹어볼만하다.

20대가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던 것은 아마 첫 직선제 선거가 치러졌던 87년이 아니었나 싶다.

당시 학생운동 세력의 한축이었던 전대협은 민추협 분열 이후 YS와 양립했던 DJ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선언하며 깊숙이 개입했다. 당시 민주진영은 후보단일화냐, DJ 비판적 지지냐로 크게 갈렸으나 전대협은 후자를 선택했다. 학생운동사에 결정적 실수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DJ와의 정치적, 정서적 교감은 이들의 '정계 진출'로 나타났고, 노무현 정부와 함께 이번에 국민의 평가를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싶다.

16대 대선 역시 친노무현 성향의 20, 30대는 선거에 적극 개입했다. '노사모'와 같은 말로 인식되는 이들은 선거 당락을 결정했다는 평가까지 얻었다. 단일화까지 갔던 정몽준 후보가 선거 당일 '노무현 지지'를 철회해 이회창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됐을 때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젊은층을 묶어 투표장으로 보냈고, 결국 판세를 엎은 드라마 같은 일을 해낸 것이 국민 뇌리에 남아 있다. 이 때 대학가에는 '투표참여 귀향버스'까지 등장했었다.

이랬던 20, 30대가 이번엔 '쏙'빠졌다. 매번 선거에서 이들의 '표심' 공략은 후보 캠프의 주요 고민중 하나였고, 투표율도 관심사였다. 그러나 이번엔 '미디어'의 주목 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양상이 달랐던 듯 싶다.

투표율로 보면 지난 92년 대선에서 20대는 72%를 나타냈고, 15대에선 68%로 떨어졌다. 전체 유권자 투표율이 사상 최저치인 62.9%로 떨어진 이번 선거에서는 아직 정확한 통계수치는 나오지 않았으나 50%를 밑돌았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렇다면 '투표 포기'라는 시각도 가능한 저조한 투표율의 원인을 어디서 찾아야할까.

젊은층이 탈정치적 성향을 보였느니, 진보성향 세력에 대한 실망 탓이라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또 이번 선거가 정책대결 보다 'BBK 공방'이라는 큰축을 중심으로 치러진 측면도 작용했을 것이다. 친보수 성향이 워낙 두터워 끼어들 공간이 협소했었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다들 한몫 했겠지만, '2030 세대'가 처한 '우울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분석은 가장 그럴듯하게 들린다.

연간 수백만원의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해 봐야 대부분 1, 2년은 '청년백수'를 겪어야 한다. 비정규직이라도 취업하면 그나마 다행인 현실이 이들 앞에 서 있다. 결혼을 해야하지만 안정된 직장을 구할 때까지 미뤄야할 것 같아 쉽게 엄두를 낼 수 없는 것 역시 이들을 옥죄인다. 가까스로 결혼해 맞벌이를 하더라도 내집마련에 보육 문제까지 뭐하나 시원스럽게 해결될 여건이 아닌 것도 작용했을 듯 싶다. 이런 사정이 투표라는 정치적 행위로 분출될 수도 있었겠지만, 무슨 이유인지 이번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김영삼 정부가 IMF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지난 97년 11월 이후 꼭 10년 만에 치러진 대선에서 당시 대학을 다녔고, 군입대와 사회진출이라는 경로를 겪은 '2030 세대' 정치의식은 이렇게 표출됐다. "투표가 밥 먹여 주냐"는 식의 냉소적 세대가 된 것은 아닌지 염려될 정도다. 대선 결과에 나타난 '민심'에 대해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이들의 기를 살릴 정책 역시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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