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정치, 생명의 정치.
진실의 정치, 생명의 정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2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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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칼럼
오 희 진 회장 <환경 생명지키는 교사모임>

2007년 12월이 지나가고 있다. 엊그제 치른 대통령 선거는 정치판에서 승자와 패자를 쉽게 갈랐다. 그런 만큼 그 선거 과정은 가망 없는 상황에서도 느끼게 되는 영혼의 웅대함으로 비롯되는 진실의 정치에 이를 수 없었다. 작은 삶의 자리를 나누는 대신 삶의 영토를 무한 확장하는 길을 택함으로써 더 약한 것과의 연대를 통해 인간의 진실을 바라는 이들에게 무력감과 나쁜 기억을 각인시켰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당장의 우승열패를 생존의 열망으로 내면화한 회고적 선거 결과에 놀랄 필요 없다. 그것은 늘 인간의 품위에 대한 믿음을 약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강하게 해온 생명진보의 길에서 때때로 곁길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와 대조적으로 인간의 진실이 비로소 생명의 정치가 되는 일이 지금 벌어지는 곳이 있다. 바닷가. 거기 하얀 것들이 가득 자리를 잡고 있다. 사람이다. 하지만 평소 무리지어 날던 새들은 없다. 사람이 대신 거기 앉아 갈매기가 된다. 이들의 머리 위로 무상한 구름이 하늘을 무시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빛나는 태양은 겨울 바닷바람을 헤치고 바닷가를 조명하며 생계의 하루를 영원에 연결하던 '갈매기의 꿈'을 찾고 있다. 새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 존재의 꿈에서 깬 사람들이 여기 모여 수백, 수천 배로 놓여 있는 바닷가의 돌들을 두 손 모아 감싼다. 제 색깔을 잃고 석유로 검게 오염된 바다와 개펄과 모래밭과 해안바위와 방파제까지 다 씻어내겠다고 온 이들이다. 지난 7일 아침 서해안 태안반도 해상에서 유조선 충돌로 유출된 1만여톤의 원유로 검게 오염된 바다를 다시 푸른 생명의 장소로 돌려놓겠다는 인간의 모습이 여기 있다. 이 사람을 보라.

이들을 만나는 일은 진실에 바탕을 둔 인류의 오랜 전승이 그런 것처럼 전혀 낯설지 않다. 그것은 대항하는 인간, 모든 비인간적인 것에 반대하며 반생명의 유혹에 항거하는 자연의 인간으로의 회귀이기 때문이다. 이들과 함께 한다는 현장감은 누구에게나 신기하고 감동적인 경험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스페인 내전 당시 의용군에 입대하여 처음 만난 다른 사람에게 강하게 마음이 끌린 조지 오웰의 경험을 통해 그 연대의 전승을 이 곳에서도 공유하게 한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낄 수도 있다니, 신기한 일이었다! 그의 영혼과 내 영혼이 언어와 관습의 간극을 뛰어넘어 순간적으로 완전히 밀착된 것 같았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그도 나를 좋아했으면 하고 바랐다.'(카탈로니아 찬가) 이처럼 이 오염의 바다에 나선 이들도 각자 서로에게 동일한 느낌을 교감하리라.

이토록 낯선 곳, 인간의 재앙이 있는 곳, 삶의 전쟁터에서 사람을 압도하며 불현듯 솟는 연대의 감동은 인간으로 우뚝 서는 정체성을 확인하는 순간에 일시에 퍼져가는 것이다. 그는 당시 전쟁터의 흉흉한 분위기와 거리의 초라한 모습에도 그 곳 사람들에게서 만족감과 넘치는 희망을 간파하고는 계속하여 말한다. 그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도 혁명과 미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갑자기 평등과 자유의 시대로 들어섰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들은 자본주의 기계의 톱니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그렇다. 여기 검게 오염된 바닷가와 찬바람 속에 코를 자극하는 기름 냄새에도 이 사람들에게서 기꺼운 투신과 미래의 희망을 본다. 이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 오늘 내 앞에 놓여 있는 저 기름의 오염을 씻어내지 못하면 새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여기 내가 닦는 한 개 조약돌에서 지구의 운명을 본다. 사람은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생명 사슬의 한 고리로써 자기 책임을 다 해야 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진실의 정치, 생명의 정치가 여기서도 작동하고 있음을 고백하게 된다. 그것은 '옛날 순임금은 밭을 갈고, 질그릇을 굽고, 고기잡이를 하던 사람이었는데, 요임금이 그를 찾아내서 등용하여 천자로 삼고 정치를 맡겨 천하의 백성을 다스리게 하였다'는 묵자의 가르침, 그 전승에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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