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과 자선
성탄과 자선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20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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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 수 한 신부 <청원군 노인복지회관 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겨울보다 여름이 더 좋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난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겨울나기는 다른 어느 계절보다 힘이 든다는 의미이리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겨울의 문턱에 서면 어려운 이웃을 위한 구호자선을 생각한다. 구세군의 빨간 자선냄비와 더불어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계가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때다. 아이의 고사리손에 돈을 쥐어주고 자선냄비에 넣게 하는 부부의 모습이나, 점점 올라가는 사랑의 희망 온도계는 실제로 우리의 언 마음을 따스함으로 녹여준다.

올해는 대선 공방의 열기 때문인지 그 따스함의 느낌이 예년보다 못하다. 각종 복지시설을 찾는 발걸음도 뜸하다.

남는 시간에 쓰다 남은 것을 베푸는 것이 자선이 아니요, 없는 시간을 쪼개고 자신에게도 필요하지만 더 필요한 사람을 위해 나누는 것이 진정한 자선임을 알면서도 실천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래도 태안반도의 원유 유출로 인한 환경오염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모여드는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마음이 훈훈함을 더해 준다.

이제 대선도 끝이 났으니, 그 열기가 점점 어려운 이웃에게로 흘러가겠지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제 며칠 후면 성탄절이다. 성탄절이 되면 각 성당에서는 마구간을 꾸미고 아기 예수를 구유에 안치한다. 그리고 성탄의 밤 미사를 봉헌하기에 앞서 구유예절을 거행한다. 이 때 구유예물을 봉헌하게 되는데 전통적으로 이 예물은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을 기억하고 그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필자는 구유예절을 하기 전에 신자들에게 "왜 아기 예수님은 마구간에서 태어나실 수밖에 없으셨나요"라고 묻곤 한다. 신자들은 "호구조사로 많은 사람들이 베들레헴에 모여들어 방이 없어서요"라고 성경에 나와 있는 대로 대답하곤 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방이 없어서라기보다 돈이 없어서가 더 어울리는 답일지도 모르겠다. 돈만 많이 준다면 집 주인이 자기 안방인들 못 내어 주었겠는가

구유예물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려운 이웃들은 가난으로 인해 마구간에서 태어나 구유위에 누울 수밖에 없었던 예수님의 또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실제로 "이 세상의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한명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라는 말씀을 통해 이를 증명해 주셨다. 또한 착한 어린이에게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준다는 믿음도 그 내용을 보면 어린아이와 당신을 동일시했던 예수님의 뜻을 실천하는 행위임을 알 수 있다. 즉 어린이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이며, 이런 어린이를 받아들이고 돌보는 것은 바로 예수님의 뜻을 실천하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사실 산타클로스의 전설은 미라라는 도시의 주교 니콜라우스에 관한 것으로 가난한 이웃들에게 교회의 재산을 몰래 나누어 준데서 유래한다.

결국 성탄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경축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기쁨을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나눌 때 완성되는 것이며, 자선이야말로 가장 좋은 실천방법 가운데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탄의 정신은 사라지고 국적 불명의 묘한 풍습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연인들이 선물을 주고받거나 밤을 새어 흥청망청 노는 모습이 그러하다. 또한 화이트크리스마스도 성탄의 고요한 밤 거룩한 밤과는 거리가 있다.

이번 성탄 만큼은 비록 조용하지만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는 진정한 성탄, 따스한 자선의 밤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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