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군의회 아직 멀었다
증평군의회 아직 멀었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07.12.1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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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 병 모 부장 <진천/증평>

요즘 증평군의회를 보는 시각이 예전과 사뭇 다르다.

올 한해만을 본다면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할 것 같다.

민선 2기 증평군정을 견제·감시하는 기능은 고사하고, 의회의 자존심을 스스로 뭉개버리고 마는 모습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전국 지자체 중 가장 적은 보수(연간 1920만원)를 받으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연구했고, 올 들어서도 나름대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의정활동도 결국 결과로 평가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결과만을 놓고 보자면 증평군의회의 올 1년 점수는 결코 후하게 줄 수 없다.

우선, 이달들어 열린 행정사무감사를 예로 들어보자. 산업건설위원회가 집행부 소관사무 주무부서장을 출석시킨 상태에서 벌인 사무감사는 너무 허술했다. 경제활력추진단장을 앉혀놓고 질문하는 의원들은 오히려 공무원에게 쩔쩔맸다. 역공을 퍼붓고, 질문의도와는 다른 동문서답을 늘어놓는 주무과장에게 끌려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질문요지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실소를 낳게 한 의원도 있고, 엉뚱한 답변이 나와도 이를 지적하지 않고 넘어간 의원도 많았다.

원하는 답변을 얻어내는 기술도 부족해보였다. 2∼3가지 질문을 한꺼번에 해놓은 뒤 답변이 핵심에서 비껴나갔는데도, 이를 지적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적지않은 예산을 써가며 연수를 하고, 행정사무감사기법이나 질의기법을 배웠을 텐데 어찌된 일인지 노련한 질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행정사무감사 마지막 날엔 더욱 그랬다.

며칠 전 단체장을 출석시키겠다고 호기를 부리던 그 패기는 실종돼 버렸고, 무엇에 쫓기듯 서둘러 폐회하는 모습에서 실망감은 극에 달했다. 집행부의 로비에 말려 흐지부지 끝냈다는 뒷말도 들린다.

군정질의 당시 동료 군의원이 질문지를 분실했고, 분실된 질문지를 집행부 공무원들이 훔쳐간 것으로 확인됐다. 희대의 절도사건이 벌어졌는데도, 의원들은 공분하기는커녕 남의 일처럼 치부해버리는 졸렬한 태도를 취했다. 이러니 집행부 공무원들이 의회를 무시하고, 경시하는 태도를 버리지 않는 것 아닌가.

공부도 하지 않고, 의원들끼리 단합도 하지 않으니 무시당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닌가. 애초부터 증평군의회에 군정을 견인하고, 대안을 모색하리라는 기대를 품었던게 무색해지니 허탈하다.

의회의 권위는 곧 주민의 권위다.

집행부 공무원들이 의회를 무시하는 것은 공무원이 주민을 무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방의회의원은 주민들이 '나를 대신해 군정을 지원·견제·비판하고, 내가 낸 세금을 공무원들이 제대로 쓰는지 감시해 달라'는 의미로 뽑아준 사람들이다.

의원이 공부를 하지 않고, 의정활동을 게을리하고, 집행부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하면 군민들은 누굴 의지해야 하는가.

지난 사무감사 당시 취재를 왔던 어느 방송가 기자의 장탄식이 뇌리에 오래도록 남는다. 주무과장이 답변을 엉뚱하게 늘어놓고, 질문하는 의원을 오히려 공무원이 나무라고, 공무원이 비꼬는 투로 질문의 본질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려는 태도를 오랫동안 지켜본 그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청주시의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난리가 났을 겁니다. 시장실 점거라도 했을걸요."

며칠 후 증평군의회는 전국 최고의 인상률(98.1%)로 올린 새해 의정비를 결정하게 된다. 타 지자체에 비해 결코 많은 돈은 아니지만, 받을 만큼 일했는지 부끄럽지 않을 만큼 노력했는지 자문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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