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 서글픈 자화상
대선 D-2, 서글픈 자화상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16 23: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대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온 국민이 정치권의 진실게임에 놀아나는 황당한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어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내가 BB

K를 설립했다"는 육성이 담긴 동영상 자료가 공개되면서 그 정도가 '점입가경'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을 비롯해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문국현, 권영길 등 '반 이명박' 진영은 돌연 신()이 났다.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내면서 유력한 1등 주자에게 사퇴압박을 가하고 막판 대반전의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 후보가 동업자인 김경준의 회사를 추켜세워주려고 한 부정확한 표현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민들이 쉽게 넘어가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너무 많다. 지성의 산실인 대학의 강연장에서 한 말이기에, 그 저의가 뭐였던 간에 "내가 설립했다"는 '딱 부러진' 말을 했기에 더욱 그렇다.

검찰도 당혹했나 보다. 이 동영상이 공개되자 검찰은 곧바로 기자간담회를 자청, "문제의 동영상이 정황상 증거는 될 수 있지만 실체적 증거는 되지않는다"며 "지금까지의 수사에서 밝혀진 내용들이 전부이고 BBK는 이명박 후보의 회사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국민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의혹을 쉽게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한 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말(言)'의 위력 때문이다. 사람 인(人) 변에 말씀 언 자가 붙어서 믿을 신(信)이 아니던가.

이 후보가 강연장에서 청중들을 향해 "BBK는 내가 설립한 회사"라며 천연덕스럽게 말을 하는 동영상이 안방과 거실의 TV를 통해 전달된 이상 검찰이 밝힌 그 '실체적 진실'은 검찰의 공정성과 관계없이 이미 그 진정성을 의심받게 됐다. 더욱이 이 후보가 그 공개적인 자리에서 "(BBK설립으로) 수익을 28.8%나 올렸다"고 자랑까지 했음에야.

한나라당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이 '이명박=BBK와 무관'이란 면죄부를 준게 불과 며칠전인데 돌연 그 중심에 선 장본인인 이 후보가 "내가 설립자"라는 말을 한 동영상이 공개됐으니 속 뒤집힐 노릇이다.

한나라당과 검찰의 해명대로 BBK가 이명박 후보의 소유가 아니라면 결국 이 후보는 실언, 아니 허언을 한 사람이란 얘긴가.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을 내 것이라고 했단 말인가.

돌아가는 국면이 예사롭지 않다고 본 것일까. 급기야 청와대도 이 혼란스러운 진실게임에 뛰어들었다. 어제, 문제의 동영상 관련 보고를 받은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의 의혹해소와 검찰 신뢰회복을 위해 재수사 지휘권 발동여부를 검토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즉각 "정권교체를 저지하기 위한 마지막 발악"이라는 극언을 써가며 비난에 나섰다. "청와대가 정권연장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겠다는 마각을 드러낸 것"이라며 청와대와 정동영, 이회창 후보측의 3자 합동 정치공작으로 몰아치고 있다. 청와대의 저의에 관계없이 대통합민주신당 등 타 후보측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

정국이 이 지경으로 치닫자, 19일에 누구를 찍을까 고민중인 국민들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져만 간다.

몇 달 전 선거 정국이 펼쳐진 뒤 벌써 2∼3차례 찍어줄 후보를 바꿨다는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몇 번을 찍겠느냐는 물음에 13번 후보를 찍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그래도 이건 다행이다. 투표일인 19일을 전후해 출국하는 해외여행상품이 동이 나버렸다는 뉴스는 서글프기만 하다.

공약은 아예 없고, 감동은 커녕 희망마저 실종된 2007년 12월의 대선판. 누가 이번 선거를 '덜 썩은 사과 골라내기 게임'이라 했던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