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웨건 효과와 여론조사
밴드웨건 효과와 여론조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1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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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 규 호 <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의 선전상이던 괴벨스는 소아마비라는 신체적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히틀러의 나팔수로 명성을 날렸다.(물론 그 명성은 인류에 결코 긍정적이지 못했다.)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과 나치독일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괴벨스의 능력은 선전 선동에 탁월한 연설능력과 함께 광고 홍보의 전범으로 자리잡은 소위 밴드 웨건 효과(band wagon effect)를 통해 극대화된다.

밴드 웨건의 사전적 의미는 서부개척시대의 포장마차에서 비롯된다. 당시 어느 지역에 금광이 발견됐다는 소문만 들리면 수많은 개척자들이 포장마차를 타고 몰려들게 되는 현상을 빗대 밴드 웨건 효과로 일컬어 진 것이다.

그런 효과는 흔히 곡마단과 유랑극단의 홍보수단으로 사용되곤 했는데, 나팔과 농악 등 풍악과 무희들의 율동 및 피에로의 우스꽝스런 몸짓과 어우러지면서 기대심리를 부풀리게 한다.

전통 유랑 놀이패인 남사당이 공연을 앞두고 풍물을 울리며 마을을 한 바퀴 도는 풍습은 결국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처럼 주민을 놀이마당으로 불러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괴벨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선전 선동을 위한 연설에 앞서 악대가 신명나는 연주를 통해 시선과 관심을 집중시키면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설득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쓰이곤 했다.

요즘 거리에서 흔히 목격되는 대형화면의 선거 유세용차량 역시 밴드 웨건 효과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의지의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어쩐 일인지 그 목적과는 달리 효과가 크지 않은 듯하다.

우리는 흔히 여론조사에 대한 보도를 접하면서 전국 성인 남녀 몇 명을 상대로 언제부터 언제까지 전화응답 혹은 직접면접 방식으로 실시했음과 응답률, 그리고 신뢰수준에 대한 코멘트를 간과한다.

그저 발표된 내용만 확인하면 그 뿐이다.

그러나 다수의 의견을 최선의 선택덕목으로 삼고 있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여론조사는 그 질문의 방식이나, 문항의 개체적 성격에 따라 얼마든지 수요자 중심의 유리한 결과를 만들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여론조사를 통한 선거예상은 당연히 밴드 웨건의 효과를 잉태한다. 여론조사는 여전히 결과를 과연 믿을 수 있는가와 함께 진정한 여론이 포착된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선거는 동춘서커스단이 우리 마을에 찾아왔으니 그 기막힌 곡예를 구경하라는 식의 유혹에 휩쓸려서는 절대로 안 된다.

또 텅 빈 들녘에서 한 해 동안의 농사일을 위로하는 남사당패의 꽃놀이가 될 수 없음도 너무나 자명하다.

화려한 말잔치와 첨단기술이 발광하는 대형 전광판의 색감에 현혹되는 선택 역시 금기시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이미 뜨거운 관심의 대상에서 비켜 서 있고 그에따라 별다른 흥미와 관심이 사라지면서 싱싱함을 찾을 수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과 매니페스토가 과연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것이며, 어느 정도 파괴력을 가지는 선택의 잣대가 될 수 있을지 아쉬울 뿐이다.

밴드 웨건 효과는 기업의 매출을 올리는데 유용하다.

그러나 그런 방식의 선전과 선동은 결국 충동구매를 유발시키기도 하며, 소위 막차를 탔다고 한탄하는 서투른 부동산 투기로 낭패를 보게 하기도 한다.

최근 주식시장의 '묻지마'식 투자 열풍 역시 밴드 웨건의 효과와 무관하지 않음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제가 화두일 뿐인 대선의 막바지에 우리 국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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