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반 우려반' 국민참여재판
'기대반 우려반' 국민참여재판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7.12.11 2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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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 인 섭 부장 <사회문화체육부장>


내년부터 도입될 국민참여재판제에 대해 지역 법조인들의 견해를 들어보면 표면적으로는 '기대반 우려반'이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한걸음 더 접근해 보면 금세 '우려'에 무게가 실리는 공통적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월 국회 법사위가 형사재판에 배심원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합의, 제도화된 이 재판제도는 불과 20여일 후면 빛을 보게 된다. 고의로 사망을 야기한 범죄와 강도강간 결합범죄, 수뢰죄 등 부패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희망하면 적용을 받는다.

청주지방법원과 청주지방검찰청 역시 지난달 12일에 이어 엊그제(10일) 모의재판을 열어 절차를 익히고, 행정수요를 가늠해 보는 등 한창 준비 중이다. 배심원의 유·무죄 판단(평결)이 '권고적 효력'만 지녀 미국식 배심원제도와 다르긴 하지만 검찰이나 법원이나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촉각을 곤두 세울 수밖에 없다.

사법제도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은 두차례에 걸친 모의재판으로 보면 정착되기까지 넘어야할 산이 한두개가 아닌 듯 싶다.

일단 이 제도는 피고인이 희망해야 열릴 수 있다. 말하자면 피고인이 '좋은 재판'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좋은 재판을 받으려면 변호인의 조력이 필수다. 그런데 이 제도대로 변호인들이 법률서비스를 하려면 현행보다 많은 준비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결국 현행 제도보다 많은 비용이 든다는 얘기다. 그래서 변호사들은 현재의 수임료로는 '어림도 없다'는 견해를 보이는 게 현실이다.

배심원의 증거 판단능력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일반시민을 무작위로 가려 배심원 자격으로 재판에 참여시키는 이 제도에 응할 여지가 있는 직업이나 연령층은 한정돼 있다. 게다가 지방의회 의원, 변호사, 법원·검찰 공무원, 경찰, 군인 등 좀 '알만한 사람'은 배제된다. 이러다보니 모의재판에서 노출된 것처럼 사건을 충분히 숙지하거나, 난해한 법률용어를 이해할 수 있는 배심원은 많지 않을 게 뻔하다. 그래서 벌써 피고인 인상이나 태도, 진술 양태가 영향을 미치는 '인상재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검찰의 수사기록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사건 당사자들이야 그렇다 치고, 참고인들의 경우 경찰, 검찰 조사과정에서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후 재판에서는 말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남 일 때문에 여러 배심원 앞에 나서 진술하거나 추궁까지 당할 수 있다면 응할 사람이 몇이나 될지 '글쎄'다. 배심원 역시 남 일에 나서 벌을 줘야한다는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공들여 수집한 증거가 배심원들의 인정주의에 이끌릴 수 있고, 혹여 목소리 큰 이들의 말에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나 사회지도층의 '법 의식'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터진 'BBK'사건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잘 알려진 대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있었지만, 신뢰여부는 극명하게 대치된다. 선거가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크다 할 수있지만, 유사한 일은 많았다. 법원·검찰의 판단도 부정하는 게 현실인데, 배심원 판단이 재판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면 당사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두차례 모의재판만 하고 제도를 시행하려는 것도 무리일 수 있다. 이는 법원·검찰·변호인·국민 모두 마찬가지 사정일 것 같다.

법원·검찰의 인력 보강은 못할 것 없겠지만, 현재까지 제기된 이런 저런 우려들은 '법조 3輪(법원·검찰·변호사)'이 대국민 법률서비스 개선을 위해 풀어야할 숙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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