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밤의 짧은 꿈
한 겨울밤의 짧은 꿈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1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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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 태 재 <충북시민사회연대회의 공동대표>

한 가지라도 같은 것이 있어야 연립을 하든지 말든지 하지, 무엇 하나 통합신당이 추구하는 정책과 같은 것이 없는데 어떻게 연립을 합니까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권영길 후보의 의지는 단호해 보였다. 같은 게 없으니 연립을 못한다고 같으면 뭣땜에 연립을 해, 다르니까 연립을 하지! 같다면 통합으로 가야지. 채널을 돌려보지만 거기도 마찬가지, 잠이나 자자. 아침조간을 받아들고 깜작 놀라 신문을 떨어트렸다.

정동영과 문국현이 후보단일화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지지도는 물론 조직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대통합민주신당이 창조한국당 문국현을 대통령후보로 단일화했다는 것이다. 우와∼! 어떻게 그런 일이. 좀 더 보자. 정동영 후보와 통합신당측은, 그동안의 어떤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현 정권과 그 정권을 창출한 여권진영에 대한 무조건 반대 입장을 풀지 않는 국민들에게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마지막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모든 것을 내놓는 것이라 한다.

이어 달린 전문가 코멘트 왈, 이명박 한나라당후보에 맞세워 싸워 볼 새로운 얼굴, CEO 출신 대 CEO 출신, 경제 대 경제의 구도로 가자는 것이겠지요. 아마도 통합신당은 후보단일화를 통해 간판(후보)을 바꿔 다는 대신 당권을 가지겠지요.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가지는 것은 물론,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정부 구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 아닐까요 다른 한 편인 창조한국당 입장에서는 급조한 정당인 만큼 조직의 열세 때문에 후보단일화는 결국 통합이나 마찬가지일 테고.

신문을 채 다 읽기도 전에 티브이에서 흘러나오는 아침뉴스에는 방금 들어온 뉴스라며 어제 저녁 후보단일화에 합의한 범여권이 민주노동당과 정책연대를 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중도 개혁 진보연대는 민주노동당의 정책 공약을 기본바탕으로 하여 창조한국당의 경제부문 정책, 통합신당의 통일부문 정책을 덧씌워 최상의 공약을 만들어 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집권하면 정부 조직에 있어서도 각 당 후보들의 주요공약, 예컨대 노동부문에 민주노동당이, 경제민생분야에 창조한국당 등과 같이 정책위주의 연정을 해 최상의 '드림팀'을 꾸리겠다는 것이다.

놀라는 것도 잠시, 모닝콜 소리에 깨어난 현실에서의 조간신문은 죽음의 바다와 기름을 뒤집어 쓴 겨울철새 뿔논병아리가 1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문국현·정동영 두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실패했다는 엊그제 소식에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탓일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보수와 진보라는 두 축이 아니라 보수양당체제로 고착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기실 지난 17대 총선 후 정계개편이 이뤄지지 않은 결과가 오늘을 예고했다. 과반의석을 받고도 개혁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열린우리당 참여정부와 천막당사를 열고 파산직전의 당을 기사회생시킨 한나라당. 이후 정국은 어떻게 됐는가 단 한 번이라도 여당이 선거에서 이겨 본 적이 없잖은가

당을 세탁하면 참여정부와 결별이 되고 차별화될 것으로 판단했다면, 큰 오산이다. 신당의 현주소가 바로 지금 정동영 후보의 지지도 고착 아닌가. 감동을 주지 못하는 쇼는 발붙일 곳이 없다.

발상의 대전환, 내 몸을 먼저 던져야 가능한 씨름판의 뒤집기에서 배울 일이다. 설혹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보수 대 진보라는 큰 틀을 구축하는 것만도 의미 있는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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