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의 혈투
중원의 혈투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7.12.1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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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 경 훈 부장<정치행정부>

제 17대 대통령 선거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역대 선거가 그랬듯이 충청권의 표심은 혼전양상이다. 우선 충청권을 놓고 벌이는 '중원의 혈투'는 이번 대선의 백미(白眉)다. 여기서 중원(中原)은 오늘날에는 중국 허난성, 산시성 동부, 산둥성 서부 일대를 지칭하는 말로 황허 강의 중하류 지역이다. 본래 한족(漢族)의 본 거주지역으로 과거 주나라(周 BC12∼BC3)가 있던 곳을 지칭하던 말이다.

이곳을 지배해야 중국을 통일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중요하게 인식하던 지역이다. 이 때문인지 중원의 싸움은 혈투로 표현된다.

그래서 무협지에 등장하는 무림의 고수들은 중원을 평정하고 천하를 얻게 된다. 이런 중원의 싸움은 환타지 무협소설 뿐 아니라 영국 프리미엄리그나 한국의 케이리그 등 프로축구에도 자주 쓰여진다. 중원의 장악은 그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데 있어 키 포인트다. 이 뿐인가 바둑 세계에서도 중원의 선점이 승부를 판가름하는 단초가 된다. 막바지로 접어드는 올 대선에서 중원의 맹주 심대평과 김종필의 등장은 그래서 재미를 더 하고 중원의 쟁패를 한껏 고조시킨다.

무소속으로 대권 3수에 도전하는 이회창 후보가 충남도지사를 3번 연임하면서 '포스트 JP'로 불려온 심대평 국중당 후보와 극적으로 연합을 이뤄내면서 선수를 쳤다. 여기에 국중당은 대전·충남 지역에서 5곳의 지역구와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장을 보유하고 있고, 또 이회창 후보 본인도 충남 예산이 고향이라는 점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컸다.

즉 유일하게 이번 대선의 이변이 기대됐던 곳이 대전·충남을 중심으로하는 충청권이었던 것이다.

다급해진 한나라당은 결국 3공화국 이후 30여년 간 충청권의 맹주였던 김종필 전 자민련총재를 입당시키면서 반격에 나섰고, 그 효과는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JP는 10일 고향인 부여를 찾아 첫 유세를 가진 뒤 충청지역을 순회할 예정이다.

박근혜 전 대표도 12일 충청권 후속 유세에 동참한다. 이 후보의 대표적인 취약지이자 자신의 지지세가 강한 대전·충남도 방문해 유세지원 효과를 극대화겠다는 생각에서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와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의 연합전선이 형성된 충청권에서의 박 전 대표와 JP의 등장이 어떤 파괴력을 가져올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만큼 중원의 싸움은 선거 막판 치열해진다. 후보를 둘러싼 주변 인물의 싸움뿐 아니라 후보 자신들의 충청권 선점경쟁도 불을 뿜는다.

이명박 후보는 BBK 검찰수사 발표 이후 사흘 만에 재개한 지역유세의 첫 방문지로 충청을 택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와 경쟁을 하고 있는 충청권을 다잡아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는 지난주 충청권 방문을 통해 "오만과 안이가 우리에게 공통된 적"이라며 "선거가 끝나는 12월19일까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가야 한다. 이 중원에 더 철저한 전략을 세워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총기탈취사건으로 옥외유세가 취소된 청주를 다시 방문해 직접 유세를 펼치겠다는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이에맞서 이회창 후보는 지난 일요일 대전과 청주를 잇따라 방문해 건전한 보수세력과 함께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충청권을 기반으로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받아 들여진다. 충청권의 자존심을 건 이들의 싸움은 대선 뿐 아니라 내년 총선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명박과 이회창의 충청 혈투가 '몽니' JP와 '포스트JP' 심대평의 대리전으로 번지면서 지역 정가만 더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팽배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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