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지 체
세가지 체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0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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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 수 한 <청주 모충동 천주교회 신부>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로 한 해를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달력의 마지막 장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어떤 일에 있어서나 시작은 중요한 것이다. 마치 농부가 씨를 뿌리지 않고서는 그 결실을 기대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하겠다. 그러나 시작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과정 역시 그 어느 순간 못지않게 중요하다. 농부는 씨를 뿌린 다음 땀흘려 물을 대고 김을 매며 거름을 주어 가꾼다.

그 과정을 통해서만이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시작이나 과정은 무시한 채 그 결과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결과를 가져오게 한 시작과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마무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유종의 미'란 말이 있듯이 어떤 일의 마무리 역시 중요하다. 가을걷이를 제때에 하지 않으면 1년 농사를 망치는 것과 같다. 우리의 시작과 과정, 마침 즉 우리의 인생 전체는 어느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삶의 일부라 할 수 있다. 문득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남겨놓은 이 순간도 그 어느 시기 못지않은 중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 나라를 이끌어 갈 대통령도 뽑아야 하고, 충북의 교육을 책임 질 교육감도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중요한 순간에 우리는 쏟아져 나오는 말의 향연 속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어느 말이 옳고 그른지, 선하고 악한지, 필요하고 불필요한지 알 수가 없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로 유명한 소크라테스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 소크라테스를 찾아와 무슨 말을 하고자 했다. 그 때 소크라테스는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먼저 물었다.

"당신이 이야기하려는 내용을 세 가지 체에 걸러보았소"

"세 가지 체라니요"

그 사람이 어리둥절해서 묻자 소크라테스가 물었다.

"그렇소, 당신의 이야기가 세 가지 체에 걸러지는 지 어디 봅시다. 첫 번째 체는 진실이라는 체요. 당신이 지금 하려는 이야기가 모두 진실이라는 증거가 있소"

"아니요. 나도 전해 들었을 뿐이오."

"그렇다면 두 번째는 선한 체요. 당신이 하려는 이야기가 진실이 아니라면 최소한 선한 것이요" 그 사람이 머뭇거렸다.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해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이제 세 번째 체로 당신의 이야기가 꼭 필요한 것인지 걸러봅시다. 당신의 이야기는 꼭 필요한 것이요"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요."

"그렇다면 내게 이야기하려고 하는 내용이 진실도 아니요, 선한 것도 아니며, 꼭 필요한 것도 아니라면 무엇때문에 하려고 합니까 잊어버리세요. 그런 것 때문에 마음 고생할 필요가 없소."

우리는 쓸데없는 말이나 일에 마음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 말이나 일이 진실도 아니요, 선한 것, 좋은 것도 아니며, 꼭 필요한 것, 유익한 것도 아니면서 우리는 흔히 말을 전하고 일을 한다. 그 인생의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나만의 손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역으로 생각해 보자. 우리가 요즘 보고 듣는 행동이나 말들을 세 가지 체에 걸러보자는 이야기다. 세 가지 체로 거를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이라면 과감히 버려야만 한다. 모든 체를 동원하여 철저한 검증을 할 수 있다면 해야만 할 것이다. 이는 후보 개인의 미래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와 충북교육의 미래가 달려있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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