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범이 우리문화원장이라고?
성추행범이 우리문화원장이라고?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7.12.05 2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 재 경 <부장 (천안)>

대법원 판결로 수습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 같았던 천안문화원 사태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떼어질 줄 알았던 혹이 되려 커진 것 같은 분위기다.

권연옥 문화원장이 현직 고수 의사를 완강히 내비치면서 사상 초유의 성추행범으로 낙인 찍힌 이가 문화원장직을 수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자신이 데리고 있던 여직원과 초빙한 여성강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4월, 1심에서 500만원 벌금형의 유죄판결을 받았다.

무죄를 주장하며 올라간 2심에서도 패소한 그는 상고까지 했으나 결국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1심 그대로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그는 꿋꿋하게 출근하고 있다. 대법원의 형 확정판결이 자신의 원장직 유지와 무슨 상관이냔 식이다.

대법원 판결 다음날, 정상(?) 출근한 그는 주말에도 행사장 등을 찾아다니며 본연의 업무를 보고 4일에도 새로 선임할 사무국장을 뽑기 위해 인사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왕성하게' 직무를 수행중이다.

원장이나 임원의 자격상실에 관한 규정을 명문화시켜 놓지않은 허술한 문화원 정관이 그의 당당한 출근길을 돕고 있다.

지역사회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다들 지역 망신이라며 혀를 차는 모습이지만, 당사자는 전혀 아랑곳 않는다는 듯 매일 씩씩하게 출근부에 도장을 찍어대고 있다. 급기야 이사들 몇몇이 그를 퇴진시키기 위해 충남도청에 이사회 소집을 요구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비영리 특수 법인인 문화원에서 원장의 권한은 내부적으로 엄청나게 막강하다. 천안문화원의 정관을 보면 이사회 소집 권한은 일단 원장에게만 있다. 특례로 이사진의 과반수 이상이 관할 도청에 소집을 요구할 경우 이사회를 열도록 명시돼 있지만 현 권 원장이 취임 후 친정체제 구축을 위해 자신의 사람들로 이사진 절반 이상을 채워놓아 이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권 원장 퇴진에 앞장서온 이사들이 벌써 오래전부터 이사회를 소집하려했으나 그때마다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이사회 소집이 무산됐다.

전체 30명의 이사진 중 현재 이사회 소집 요구서에 서명한 사람은 아직 12명에 불과하다. 과반수인 15명을 채워 이사회를 열고 원장 불신임안을 가결시키더라도 또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다. 원장의 퇴진을 위해서 또 한 차례 총회를 열어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총회 참가 자격이 있는 전체 회원 70여명 중 절반 이상이 친 권 원장파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 지경이니 지역문화계 안팎에서는 혀만 차는 소리가 들린다.

'그 사람들-문화원의 이사들과 회원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이냐'는 말에서부터 '멱살을 잡아 끌고 나와야 한다', '정신병원에 보내야 한다'는 등등 별의 별 소리가 다 나온다.

그래도 그는 용감하다. '대법원 판결이고 ××이고 나는 내 갈 길을 간다'는 식이다. 어렵게 통화를 해(그는 기자들의 전화를 받지않고 있다) 퇴진 의사를 물었더니 "(파행을 겪던) 문화원이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원장직을 수행하겠다"고 당당히 말한다. 마치 '성추행범은 문화원장 하지말라는 법이 있느냐'고 되묻는 듯하다.

지금 천안문화원은 그가 1년전 피소된 후 파국을 맞기 시작해 지금까지 시와 도의 보조금 지원이 끊긴 채 일체의 문화사업에 손을 놓은 채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이제 시민들이 나서야 할 때다. 문화원은 한 개인의 놀이터가 아니다. 53만 천안시민의 문화에 대한 열정과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할 지역 문화의 산실이다.

문화원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이제 시민들이 나서서 그를 '끄집어 내서라도',더 이상 성추행범이 지역 문화계의 수장 자리를 맡고 있는 것을 용납해선 안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