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
짝짓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0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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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 태 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삼동의 계절에 때 아닌 짝짓기가 벌어지고 있다. 심대평 후보가 사퇴, 이회창 후보와 단일화를 발표하는가 하면, 정몽준 의원은 이명박 후보 지지선언을 하며 한나라당에 입당했으며, 강금실 전법무부장관은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며 대통합민주신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런 한편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문국현 후보가 유세 등 선거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장고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가히 대선정국 짝짓기가 어디까지 번져 나아갈지 궁금하다.

정치판에서 "절대 아니다"란 단정적인 말이 절대 그렇지 않은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라서 혹자는 대선 짝짓기가 좀 더 진행될 수도 있겠다는 전망도 한다. 한나라당 독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소위 범여권의 지지도가 좀처럼 오르지 않다보니 범여권 단일화를 통한 여야 경쟁구도로 판을 새로 짜기를 바라는 유권자들이 있는 것은, 꼭 흥미만을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실종됐다고 하는 각 정당 및 후보의 비전, 정책, 공약을 놓고 보더라도 어느 한 정당의 공약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다.

뒤늦게 대선판에 뛰어든 이회창 후보는 이명박 한나라당후보에게 좌파라고 몰아세우지만,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후보는 노무현 정권과 범여권을 좌파정권으로 단정하여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자고 한다.

그런데 정작 좌파 진보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입장에서 보면 노무현 정권이나 범여권은 결코 좌파가 아닌 것이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나타낸 말이 노무현 대통령의 "좌파적 신자유주의"라는 것이고, 이를 아주 적절히 비판한 "좌회전 깜박이 켜고 우회전하는 격"이라는 말이 한동안 회자된 적이 있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이번 주요 대선후보들의 좌표를 설정해 보면, 가장 왼쪽부터 민주노동당 권영길 - 창조한국당 문국현 -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 한나라당 이명박 -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가장 우측에 있다고 할 것이다.

지지도에 있어서는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보수진영인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이며, 가장 보수 후보인 이회창 후보가 그다음이다. 진보가 분명한 권영길 후보는 당의 지지도만큼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중도좌파라 할 문국현 후보는 당초 공언과는 달리 20%대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굳이 말하자면 중도라고 할 정동영 후보 또한 지지도에서 일정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여론조사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중도, 중도좌파, 진보, 모두를 합해도 이명박 후보 한사람도 대적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상에서 살펴 본 정당의 성격이나 대선후보의 공약, 지지도 등을 고려하면서 정책연합을 하는 방법은 없겠냐는 것이다. 권영길의 노동정책, 문국현의 경제정책, 정동영의 통일정책과 같이 세 후보의 공약 가운데 돋보이는 정책, 공약을 뽑아 하나로 묶는 방법은 어떨 것인가.

이러한 상상이 가능하다면 이번 대선은 좀 더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정책선거판으로 복원함으로써 유권자들을 고민에 빠뜨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 보다는 어떤 공약을 가진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공약을 가리지 않으면 투표할 수 없도록 유권자를 고민에 빠뜨리는 것이 제대로 가는 선거판 아니겠는가. 정책선거로 판을 돌리는 지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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