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에 대한 고마움
은혜에 대한 고마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0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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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전 철 호 <충북불교대학 교무처장>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조용한 연말을 보내면서 한해를 마감하고자 하는 작은 소망도 여지없이 울려퍼지는 선거 로고송과 거리에 난무하는 각종 선거홍보물의 혼란 때문에 어지럽다.

시민의 작은 삶에서 차지하는 선거비중은 크지 않음에도 선거만이 세상의 향방을 좌우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모이기만 하면 선거이야기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선거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중앙공원에서 하루를 소일하는 어르신들에게 무료급식 봉사를 할 때가 있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기러기 떼처럼 길게 늘어선 어르신들을 볼 때 가슴이 짠하다. 행색이 남루한 분들이 있는가 하면 옷차림이 깔끔한 분들도 있다. 거동이 불편해 전동차를 타고 오는 분들도 있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오는 분들도 있다.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오고 바람부는 궂은 날씨에도 나오는 분들이 계시기에 하루도 빼놓을 수 없는 행사다.

먹을거리를 나눠 드리면서 많은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저분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것인데.'하는 생각을 하면 숙연해지는 마음이 들어 조금이라도 더 즐겁게 해드리고 싶다.

부처님께서는 5가지 큰 은혜를 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가르침을 주셨다. 사회 안정으로 잘살게 한 나라의 은혜, 낳고 기른 노고 속에 하늘같은 부모님 은혜, 바른 법 일러주신 스승의 은혜, 의·식·주 생활을 돌봐주는 시주자들의 은혜, 서로 닦고 가르쳐 준 좋은 벗의 고마운 은혜, 이 5가지 은혜에 대한 고마움을 마음속에 새기기 위해서 절에서는 아침 예불을 올리기 전 반드시 오종대은 명심불망(五種大恩 銘心不忘)을 염송하면서 종을 친다.

한해 동안 갖가지 희로애락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우리들이지만, 마무리하는 시간 속에서 나라를 위해서는 무엇을 하였는가 부모님을 위해서는 무엇을 하였는가 나를 가르쳐 주신 스승들에게는 무엇을 하였는가 더불어 살아온 이웃들에게는 무엇을 하였는가 친구들을 위해서는 무엇을 하였는지를 되돌아보는 시간들을 가졌으면 한다.

바쁘고 살기 어렵다는 핑계로 스스로의 근본을 망각하지는 않았는가 혼자만의 노력과 힘으로 살아왔노라고 자만하지는 않았는가

부처님은 우주법계가 모두 하나로 연결된 인드라망과 같다고 했다. 인드라망이란 천신이 가지고 있는 온 누리를 덮는 그물이다. 그 그물은 그물코마다 보배구슬이 달려 있어서 하나의 구슬에 다른 구슬의 모습이 비치고 그 비친 모습이 또 다른 구슬에 비치고, 또 비치기를 거듭해 하나의 구슬 속에 모든 구슬의 모습이 비쳐 들어오게 된다. 또 모든 구슬이 그물로 연결되어서 하나의 구슬을 들어도 모든 구슬이 들린다. 이와 같이 세상의 모든 것들도 그 하나하나의 구슬과 같다. 모든 존재는 그 속에 자기를 포함한 모든 존재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이다. '너' 속에 '나'가 있고 '나' 속에 '너'가 있다. '나' 속에 우주가 있고 우주의 모든 존재 속에 '나'가 있는 것이다.

이런 인식을 하면 모두가 나의 존재가 관련이 되지 않은 것이 없다. 국가가 있기에 내가 존재하고, 조상이 있기에 나의 뿌리가 있고, 스승이 있었기에 내가 지금의 나로 성정할 수 있었으며, 이웃이 있기에 내가 행복할 수 있고, 친구가 있기에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할 수 있지 않았는가

선거에 휩싸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연말행사와 결산으로 바쁜 시간이지만 정해년이 다가기 전에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과 고마움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도 하는 여유를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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