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우고 차베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2.02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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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승 환 <충북민교협 회장>

"차베스가 김 교수와 나이가 같습니다"라는 말을 받아서, "김 선생이 차베스 지지자지요, 아마"라고 응수했다. 양허라고 불리는 허석렬, 허원 두 분의 농담에 웃음이 나왔다. 나를 차베스와 연관시키다니 가당치도 않은 말이거니와 농담이라고 하더라도 정도를 넘어 버려서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 우고 차베스(Hugo Chavez)가 어떤 인물인가. 부시에게 정치적 시체라고 독설을 퍼붓고 미제국주의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비난을 하는 그는 베네주엘라의 대통령이다.

차베스는 어느 날 "부시에게서는 정치적 죽음의 냄새가 풍기며 그는 곧 우주의 먼지로 무대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시(戰時) 중 적대국 원수에게도 하기 어려운 말이며 한 국가 대통령의 발화(發話)치고는 너무나 직설적이다. 차베스는 그런 인물이다.

남미는 군인들이 진보적인 경우가 많다. 특히 차베스는 공수부대 출신으로 혁명과 투표를 통하여 집권한 다음 베네주엘라를 강경 통치하고 있는 이 시대의 문제적 인물이다.

집권 이후, 수많은 개혁을 실천했는데 토지소유를 제한하는 것, 미국계 석유회사의 국유화, 사회복지의 국가주도 등 민중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적으로는 최소한의 인간 생존권이 신장되었지만, 대외적으로는 반미와 반제(反帝)의 기조로 인하여 혹독한 비난을 받기도 한다. 현재 차베스는 정치적 저항에 직면해 있다. 지난 11월29일 금요일, 수십만명이 수도 카라카스에 모여 반차베스 시위를 하는 등 베네주엘라는 매우 소란스럽다.

남미는 한국의 타자(他者)로 거울과 같은 존재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1960년대까지 잘살던 남미가 몰락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도 남미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나 또한 브라질의 상파울루에서 한국 같으면 딱 2분 걸릴 일을 2시간이 걸린 경험이 있어서 남미의 비효율성에 대하여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혁명과 반혁명의 끊임없는 정쟁(政爭) 속에서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못하여 생기는 문제가 심각해 보였다. 그러나 성장발전주의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한국이 남미처럼 몰락할지 모른다는 경고는 좋게 보면, 더 노력하여 더 잘살아 보자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나쁘게 보면, 과장되고 왜곡된 기우라고 할 수 있다. 남미 사람들이 한국인보다 덜 부지런하다는 것은 맞지만, 부지런함만 가지고 잘살고 못사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남미와 한국은 역사적 문맥(文脈)이 전혀 다르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탐험 이후 500년간 남미는 식민과 학정(虐政)에 시달렸다. 1960년대까지 남미가 잘살았던 것은 그때까지가 1, 2차 산업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지난 1980년대 이후 정보화나 서비스 등의 3차 산업이 주도하는 시대가 되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한 남미가 경제산업적으로 후진성을 면치 못한 것이지 단지 덜 부지런하거나 정쟁 때문에 낙후된 것은 아니다. 여기에 원주민, 혼혈인, 정착 백인 등의 인종문제와 부의식상실이라는 정신적 상흔(傷痕)까지 첨가되고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사회 양극화로 인하여 후진성이 배가되었던 것이다. 남미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미국의 경제적 수탈이 문제를 더욱 가중시켰다.

그런 상황에서 차베스는 제국주의의 패권을 강력하게 성토하고 있는 것이므로, 앞에서 말한 논쟁은 단지 차베스와 부시의 대결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차베스는 지난 500년의 역사적 원한을 가지고 서구와 미국에 저항하는 셈이다. 그는 시장의 수요공급 법칙이 아닌 다른 형식의 노동과 교역을 기획하고 있다. 가령 국가간의 민중교역 등의 대안적인 방법으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것이다. 그의 대안사회(alternative society) 기획이 성공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가 지난 500년의 질곡을 벗어 던지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 차베스와 학교 선생 김승환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청주의 선생 김승환은 단지, 차베스의 실험이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를 바라보는 서생(書生)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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