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위기의 청주시립국악단
해체 위기의 청주시립국악단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7.11.29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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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 인 섭 <사회체육부장>

내부갈등과 지휘자 비리 의혹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청주시립국악단이 또 한번 고비를 맞았다. 최근 남상우시장이 해체 검토 발언을 한데 이어 시의회가 존폐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사안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예산 삭감도 불가피하다는 강경한 입장도 전달했다.

지난 27일 열린 청주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였다. 시의회는 이날 2008년 예산심사가 진행될 예정인 다음달 4일까지 '화합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예산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립국악단 지휘자 및 노조·비노조 대표 등 7명과 집행부 관계자들을 이례적으로 출석시켜 불협화음이 반복되고 있는 이유와 운영실태를 청취한 후 내린 판단이었다.

시립국악단 지휘자를 둘러싼 몇가지 의혹과 신규단원 채용, 단원 평가, 노조·비노조의 대립은 여러차례 노출되긴 했으나 시의회에 출석한 증인들의 '입'을 통해 내부문제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들은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고, 하소연을 털어 놓기도 했다.

노조위원장은 공정한 평가제도가 없어 내부 갈등과 분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TF팀을 만들어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는 대안을 내놨다.

반면, 노조를 탈퇴했다는 한 단원은 노조집행부가 실체 없는 의혹을 언론에 제기해 더 큰 분란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국악단 지휘자는 단원이 노조와 비노조로 갈려 의견 통일이 어렵고, 내부에서 수습 가능한 일을 외부에다 먼저 터뜨려 갈등을 증폭시켰다는 해명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출석한 증인진술 중 압권은 아마 단원들끼리 대화는커녕 인사도 안한다는 대목이었을 듯 싶다. 한술 더 떠 국악단 내부에서 욕설이 난무하고, 의자까지 날아다녔다는 황당한 증언은 대책을 찾자는 이런저런 노력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회의적 시각을 낳기 충분했다.

동서양 가릴 것 없이 '악단'하면 아름다운 선율이나 하모니를 연상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들은 일반인들의 막연한 '상식'을 훼손했다. "저 지경에 무슨 음악이냐"는 반응이 그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의회나 집행부는 이들에게 '화합'을 주문했다.

행정사무감사가 끝난 후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한 단원 모두를 식사 자리에 초청한 후 '재탄생'을 바라며 술잔을 모았으나 돌아온 이들의 반응은 전과 마찬가지로 싸늘했다고 한다.

상임단원 32명, 비상임단원 14명 등 정원 46명(현원 39명)인 시립국악단의 현주소이다.

이날 상임위 행정사무감사를 지켜본 이들은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점에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속을 훤히 들여다 보지 못한 이들은 한두명의 일탈행동쯤으로 보거나, 노동조합이 있을 수 있는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정사무감사를 수행한 시의회나 방청객들은 지휘자와 노조, 비노조로 구분되는 국악단 '세 주체'의 견고한 대립각과 심각한 난맥상을 이날 분명히 확인했다. 이 때문에 '외부의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 역시 자연스럽게 형성된 듯 싶다.

돈으로 치자면 국악단은 인건비만 연간 10억원이 든다. 운영비까지 보태면 한해 12억∼13억원을 쓴다. 이 돈으로 외부에서 국악단을 초청하면 시민들은 최고 수준의 공연을 넉넉히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단순계산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날 확인된대로라면 '싸움판'에 돈만 들인 셈이라는 말이 비아냥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공은 시립국악단에 넘겨졌다. 구성원들이 과연 해답을 내놓을 지, 아니면 예산 삭감과 해체라는 극약처방을 받을 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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