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자와 시민예술촌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1.27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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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 청 논 단
강 태 재 <충북시민사회연대회의 상임대표>

최근 일본 가나자와시를 다녀왔다. 일본 호꾸리꾸(北陸)지역의 중심인 가나자와(金澤)시는 특이한 도시이다. 16세기후반부터 19세기중반까지 무사계급의 지배를 받았으나 번주가 학술과 문화 창달에 주력했고, 전쟁과 지진의 피해가 비켜가는 행운도 있었다. 하지만 전후 산업화 과정에서는 낙후되는 비운을 맛보아야 했지만, 500년간 이어온 문화적 전통을 토대로 하여 오늘날 각광받는 '문화 관광도시'로서 명성을 날리고 있다.

가나자와시는 세계를 지향하는 문화도시로 도시정체성을 확립하고, 특히 개성있는 도시를 창출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최근에 건립된 '21세기 미술관'이라든지 잘 보존, 복원되고 관리돼 온 문화재와 역사지구, 그리고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 노력 등 어느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으나, 가나자와시를 진정한 문화도시로 만든 것은 단연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이라고 생각되었다.

시민예술촌은 가나자와 시당국이 지난 1996년 옛 방직회사를 사들여 건물을 철거하고 대형재해피난처를 조성하던 중 현장을 방문한 시장이 공장건물 중 창고단지를 재활용할 것을 지시함으로써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시는 18억엔을 개조비용으로 쓰고도 해마다 1억8000만엔을 운영비로 민간재단에게 지원한다. 나무로 된 기둥과 트라스가 그대로 보이는 공장내부는 문화공연을 위한 연습실로 탈바꿈했는데, 이미 그 자체가 문화재였다. 외부는 미술 작품공간과 공원으로 변신했다.

시민예술촌의 설치목적은 문화의 창조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시민예술 창조활동을 행하고, 시민이 쉽게 연극·음악·무용·미술·문학 활동 등의 연습 제작 연수 및 성과를 발표하는 장으로 이용함으로써 시민문화의 충실한 향상과 풍부한 지역문화의 양성을 도모하는 것으로 돼 있다.

시설운영은 민간재단이 맡아하며 '시민이 주역'임을 시설운영의 기본으로 했다. 일본 내 처음으로 '365일 연중무휴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용자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저요금제도는 거의 무상에 가까운 금액에 지나지 않는다. 6시간 사용료가 1,000엔이다.공립문화시설로서는 처음으로 '시민 디렉터 도'를 도입하여 이용자를 대표하는 민간인 디렉터를 위촉하고 시민예술촌의 자주적 운영의 원활화를 도모한다.

이용자의 창작의 자유를 보장함과 동시에 책임을 중시하는 운영방법을 도입했다. 직원은 밤 9시30분까지만 근무하고, 이후로는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이용한다. 실제로 예술촌 연습실 대여의 63%가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이뤄진다는 것은 자신의 일정에 맞춰 편리한 시간대에 마음껏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민예술촌은 말 그대로 시민이 참가하는 지역문화의 거점이며, 새로운 문화창조의 거점으로서 세대나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멀티공방, 드라마공방, 오픈 스페이스, 뮤직공방, 아트공방, 무대예술광장 등 다양한 시설을 이용해 마음껏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화재를 조심하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다"는 두 가지만 약속하면 누구나 시설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연간 30만여명이 이용하는데, 그중 10%는 외지인들이라고 한다.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조성, 21세기 미술관 건립과 같은 과감한 사업추진의 배경에는 46만 시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4선 16년 재직의 시장이 있었으며, 그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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