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자막, 공해(公害)다
TV자막, 공해(公害)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07.11.26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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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 병 모<부장(진천·증평)>

요즘 공중파 텔레비전 화면을 보면 친절한(?) 자막이 넘쳐난다.

특히, 오락프로그램의 자막은 너무 많아 혼란스런 느낌마저 준다.

방송국은 시청자의 편의를 위해 자막을 친절하게 달아주는 것이라고 강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처리된 자막이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기초적인 맞춤법조차 틀린 엉터리라는데 문제가 있다.

연예인들의 부적절한 언어사용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개선되리라 기대도 하지않는 만큼 논외로 하자.

하지만 적어도 맞춤법만은 지켜줬으면 좋겠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안되요(안돼요의 오기)","않했다(안했다)", "맞출 수 있을까(맞힐 수 있을까)", "어떻해(어떡해)" 등 어처구니 없는 오류가 비일비재하게 등장하는데 전혀 고쳐지지 않는다.

가족이 한데 모여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면 초등학생 자녀들이 TV에 노출되는 엉터리 자막을 교과서로 삼고 따라 쓰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까지 들 때가 많다.

우리 국민 15세 이상은 평균적으로 평일엔 3시간, 토요일엔 4시간, 공휴일엔 5시간 가까이 텔레비전을 시청한다고 한다.

하루 24시간을 놓고 보면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영향력을 고려해 텔레비전을 사회적 공기라 하지 않는가.

몇 해 전 미국의 한 민간단체가 '1주일 동안 텔레비전 끄기'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었다.

이 캠페인은 해마다 지속되고 있는데 이 단체는 "텔레비전을 끄면 생각하고 독서하고 창조하는 기회가 더 많이 생긴다"면서 텔레비전을 끈 시간에 가족과 대화를 나누거나 운동을 하거나, 사색을 해보라고 권장한다.

TV 끄기 운동은 어린이들과 오랜 시간 텔레비전을 봄으로써 부모와 대화할 시간이 부족해지고 책을 덜 읽게 되고, 폭력물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취지는 텔레비전을 아예 보지말자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세심하게 골라 시청하고 나머지 시간을 잘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TV끄기 주간이 있는지 없는지 별 관심없이, 매일 어김없이 TV화면 앞에 옹기종기 모여 바보상자가 전달하는 잘못 된 정보와 어법을 그대로 스펀지처럼 습득하고 있다.

물론 텔레비전의 순기능은 더 많지만 폐해에 대한 걱정이 큰 현실을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하다.

오락 프로그램에 나오는 자막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억지로 흥미를 유도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자막은 요긴할 때가 있는 반면 남발하면 공해와 다름없다.

하물며 내용도 문제거니와 맞춤법이 틀린 자막을 읽는다는 것은 짜증스럽고 불쾌하기까지 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교육적 부작용이야 말할 것도 없다.

사회적 공기로서의 텔레비전은 죽었다고 어느 학자가 일갈한 말이 생각난다.

전파는 개인이나 특정집단이 가질 수 있는게 아니다. 국가가 관리하는 공공의 재산이다.

원천적으로 선택권이 제한돼 있는 만큼 공중파 TV가 공익 실현에 최우선 가치를 두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막강한 위력을 지닌 만큼 텔레비전의 위험성도 그만큼 크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텔레비전이 당장 해야 할 일은 시청률 제고가 아니라 공익성을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는 것임을 명심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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