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소리를 만나 詩가 되었네…
바람이 소리를 만나 詩가 되었네…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7.11.23 2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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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오솔길 '청원군 미동산 수목원'

충북 문학상 수상작 문학비로
자연 닮은 시편도 숲길에 걸어
"문학의 힘 자연속에서 재창조"

산새들의 합창
                             - 홍석하 作

죽령재 말랑에 비가 내렸다

남쪽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낙동강이 되었고
북쪽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남한강이 되었다

죽령재 말랑에서 새가 울었다

남쪽을 향해 우는 새는
경상도 사투리로 울었고
북쪽을 향해 우는 새는
충청도 사투리로 울었다

나는
죽령재 말랑에 앉아
공으로 새들의 노래를 듣는다

홍석하시인의 '산새들의 합창'이 새겨져 있는 문학비


오솔길을 걸으며 고운 글 한편을 읽는다. 빛 고운 색깔처럼 시인의 마음이 전해지는 숲길은 혼자 걸어도 따뜻하다.

청원군 미동산 수목원에는 문학의 오솔길이 조성되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산길을 이으며 만든 오솔길은 숲과 문학의 향기로 가득하다.

한 문장 한 문장 마음에 새기며 걸음을 옮기다 보면 툭툭 건네오는 시편들은 일상에 쫓기듯 살고 있는 이들에게 여백의 시간을 건네준다.

미동산 수목원과 충북문인협회가 추진해온 문학공원에는 충북 문학상 수상자 작품을 새긴 문학비가 세워졌다. 박영수 수필가, 신갑선 시인, 홍석하 시인, 임찬순 소설가 등의 글귀가 새겨진 문학비는 작가들의 특색을 살린 시와 문장들을 담았다. 고향을 그리기도 하고, 인생의 참맛을 전하기도 하는 글귀는 오랜 삶의 경륜이 느껴진다.

계절에 맞는 시편을 골라 문학의 오솔길에 전시해 놓았다.


또 오솔길에는 자연을 닮은 시편들이 숲길에 걸려있다. 나무에 판각한 짧은 글은 탐방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소박한 일상이 담백한 듯하면서도 진솔하게,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는 문학인들만의 공원이 아니라,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정서적 감흥을 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홍은 충북문인협회장은 "문학공원이 미동산 수목원에 조성된 것은 문학인으로 큰 기쁨이다"라고 말한다. 김 회장은 또 "도내에도 몇몇 문학공원이 조성되어 있지만, 자연 풍광을 그대로 문학에 접목시킨 공원은 미동산 수목원이 처음일 것이다"며 "한 편의 글로 사람의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문학의 힘은 자연 속에서 더 새롭게 창조되고 의미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들려줬다.
미동산 수목원 숲길에는 충북문학인들의 글귀가 새겨진 문학비가 세워져 관람객들에게 문학의 향취를 전해준다.

충북의 문학은 정지용과 홍명희, 오장환, 권태응 등으로 이어지며 커다란 문학 줄기로 뻗어왔다. 이러한 문단의 바탕은 지역문학인들에겐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문학공원이 조성되고 있는 미동산 수목원이 자연과 문학이 호흡하며 충북문학의 정신을 이어가는 문화공간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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