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과 올 대선판도
이회창과 올 대선판도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7.11.0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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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 경 훈 <정치행정부장>

일찍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는 생물'이라는 표현을 자주썼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정치 속설이 함축돼 있는 표현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재미없게 조용히 지나갈 것 같던 이번 대선판이 흥미진진(興味津津)해 졌다. 선거라는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 완성되는 정치가 역시 움직이는 생물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D-44일 현재 이회창발(發) 대선정국은 요동 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대선후보로 안착한 각당 후보들은 뒤늦은 '대선 3수생'의 등장에 잔뜩 긴장하고 촉각을 군두세울 수 밖에 없지만 이를 바라보는 관중들은 이 보다 재미를 더하는게 없게 됐다.

그만큼 올 대선이 국민적 관심을 끈다는 면에서 이회창 전총재의 출마는 일단 의미가 있다. 우선 그동안 지지율 50%의 고공행진에 넋을 놓고 대세론을 외치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크게 놀랐다. 이미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본인, 이 전총재, 정 후보' 를 3자 구도로 향후 대선판을 짜놓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대선판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은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이 전총재의 지지율에서 감지된다.

'창(窓) 밖의 창(昌)' 이었으나 지지율은 정동영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출발도 안한 사람의 지지도로는 가히 위협적일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한나라당이건 범여권이건 이 전총재의 등장에 파상공세를 퍼 부을수 밖에 없게 됐다.

보수정당 한나라당의 붕괴로 대권을 얻을수 있다는 당초 자신감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은 되래 더 긴장하고 반격을 가하고 있다.

이명박 이회창 양자 대결로 대선이 흘러갈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즉 보수정당만 남고 평화민주개혁세력은 관심권에서 벗어나 아예 자취를 감춰버리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나라당만큼이나 충격적인 것이 신당이었고 군소정당들 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역사의 죄인, 제 2의 이인제, 차떼기의 부활' 등 갖은 험악한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충격과 긴장 속에 향후 대선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은 박근혜 전대표다. 이번 대선판의 상수는 역시 박근혜로 귀결되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 후보 측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의 '경선 후유증'이 남아 있다는 것부터 출발한다.

이 후보가 박 전대표 세력을 온전히 끌어들이지 못한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겉으로만 화합하고 진정성이 부족한 경선봉합이 이회창 후유증을 자초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이회창 전 총재와 현재 이명박 후보가 주도하는 한나라당 운영에 대한 불만과 보수이념 등의 여러 부분에서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때문에 이 후보가 지지율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의 지지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박 전대표를 원하는 상황은 이 전총재도 마찬가지다.

이 전총재는 지방행보를 끝내고 빠르면 5일 복귀할 예정이다.

신당은 '이 전총재를 정치 부패, 이 후보를 경제 부패'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인제 민주당 후보는 이후보에 대해 '부질없는 짓'을 하지 말라고 한다. 맹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 전총재의 최종결정과 향후 움직임이 기대된다.

이제 올 대선은 관중들의 눈과 귀를 모으는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적 특수상황에 진행되는 대선경기는 그래서 항상 막판 재미를 더 한다.

'역전의 드라마' 한국판 대선경기는 어느 스포츠 경기 보다 생방송으로 움직여지기 때문에 이목을 집중시켜야만 한다. 그렇치 않으면 재미를 놓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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