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증설과 발전기금
소각장 증설과 발전기금
  • 안병권 기자
  • 승인 2007.10.25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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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 병 권 <당진 부국장>

"이장들이 주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상황에서 산업폐기물 업체인 (주)이-그린으로부터 마을발전기금을 받은 만큼 결자해지(結者解之)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당진 부곡산단 내 산업폐기물 소각장 설치 문제로 지역이 시끄럽다. 지난 1월15일 송악복지회관에서 열린 소각장 관련 토론회에서 고성이 오고가는 등 격론끝에 (주)이-그린에 마을발전기금으로 이장들이 받은 1억 2000만원 전액을 반납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송악이장협의회(회장 임긍순)도 "주민의 결의를 존중해 조만간 반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그린측이 마을발전기금을 돌려받기를 거부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지난 2006년 11월14일 (주)이-그린과 4개 마을 이장(복운1·2, 부곡 1·2리)간에 협약서를 체결하고 공증을 했다는 이유다.

즉, 주민대표인 이장들과 공증한 것은 주민 동의를 받은 것과 같다는 논리를 폈다. 사업주는 소각장 설치사업이 주민의 반대로 4년여 동안 지지부진하자 행정심판을 제기해 당진군이 패소하기에 이르렀다. 패소의 직접적인 이유는 협약서를 통해 마을대표인 이장이 사측과 동의하고 서명 날인했기 때문이다. 당진군은 지난 15일 소각시설 용량을 하루에 55톤으로, 영업구역을 부곡산업단지 내로 제한하는 폐기물 소각장 건축허가를 내줬다.

이에 이-그린측은 소각용량을 하루에 84톤으로, 영업구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폐기물처리 사업변경 계획서를 금강유역환경청에 제출했다. 하루에 55톤의 소각용량으로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그 이면에는 현 추세로는 오는 11월25일까지 시한 내에 사업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소각용량이 하루 84톤으로 변경, 허가된다면 사업기간이 내년 11월로 1년 연장되기 때문이다. 이-그린이 사업변경에 나서자 당진군, 송악환경대책위(위원장 정광해), 송악개발위(위원장 김정환) 등은 소각시설 증설계획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금강유역환경청에 제출했다. 법률·행정적으로 허가요건을 갖추었다고 인·허가를 해준다면 당진은 지리적 여건으로 볼때 수도권의 폐기물처리장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에 비춰볼때 해결책은 하나다. 이른 바 이장들과 협약을 통해 전달받은 마을 발전기금을 이-그린측에 반납하면 된다. (주)이-그린 이흥렬 대표도 당진군수 등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기금을 되돌려 받겠다고 약속을 한 사안이다. 그러나 갑자기 태도를 바꿔 받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결국, 마을발전기금이 지역현안의 발목을 단단히 잡은 셈이다. 사업주가 마을발전기금에 대한 수령거부에 나서자 환경대책위를 중심으로 공탁을 통해 주민의사를 표시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탄력을 얻고 있다.

그 과정에서 발전기금의 반납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불거졌다. 28개리 이장이 기금을 반납한 반면, 실제 협약에 참석한 모 이장의 경우 지금까지 1500만원에 대해 반납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이-그린 대표는 협약에 동참한 이장들에게 "기금을 반납한다면 재산압류 등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위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큰소리칠 사안이 아니다. 이-그린은 주민의 대표와 협약 및 공증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4개 마을 이장이 개인적으로 협약을 맺은 것에 불과하다. 마을별 공인(公印)을 사용한게 아니라 각 이장의 사인(私印)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사인으로 협약한 사항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설득력이 없다. 결과적으로 마을을 위한 협약과 공증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주민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 이장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

지역정서를 보더라도 순리에 따르는 게 도리다. 잘못 꿴 첫 단추를 풀고 제대로 채워야 한다. 떳떳지 못한() 마을발전기금을 볼모로 소각장 증설을 꾀하려 한다면 문제는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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