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바람에 일렁이는 붉은빛 향연
만추의 바람에 일렁이는 붉은빛 향연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7.10.25 2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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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막장봉

 

◈ 산행코스

제수리재→이빨바위→투구봉→삼거리봉→사형제바위→바위전시장→통천문→막장봉 정상→안부→살구나무골 삼거리→절말. 

막장봉은 괴산군 칠성면 쌍곡리와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을 경계로 한다. 살구나무골 계곡과 시묘살이 계곡이 갈라지며 이어진 협곡이 광산의 갱도처럼 생겨 그 마지막에 있는 봉우리를 막장봉이라 부른다.

산행은 괴산 제수리재에서 오르면 험난하지도 않고 산행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또 백두대간 능선이 이어져 있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주변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푸르게 하늘을 떠받친 소나무.
내리꽂듯 서 있는 너럭바위.
화가의 붓질처럼 번져나는 붉은 단풍.
뚝뚝 꺾인 거목과 축축 늘어져
곡선으로 내려앉은 다래 넝쿨.
원시의 고요함과 태초의 신비가 느껴지는 숲.

외국영화에나 나올 법한 풍경을 간직한 막장봉에 들면 잠시 시계를 거꾸로 돌려 놓은 듯하다. '스스로 그러한 것'이란 자연의 속뜻을 고스란히 증명하며 살아 숨쉬고 있는 막장봉은 그래서 꼭꼭 숨겨 놓은 보석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초록의 자리도 빛고운 잎으로 옮겨가고 있는 가을. 괴산의 명산 중 하나인 막장봉에서 가을의 진수를 느껴보자.

막장봉은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괴산 제수리재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험하지도 않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입구에서 가파른 고개를 20분 정도 오르면 평탄한 산길이 이어진다. 소나무 사이사이로 비치는 기암괴석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능선에는 확 트인 전경이 펼쳐진다.

산과 산이 이어진 풍광 속에 제 각각의 모습으로 산허리에 박혀 있는 바위들, 푸른 소나무와 어우러진 기암괴석들은 멋스러움을 더해준다. 기암괴석의 모습도 다양하다. 이빨처럼 생긴 이빨 바위, 원숭이를 닮은 원숭이 바위, 코끼리 귀처럼 커다란 바위가 있는가 하면, 하늘로 이르는 통천문도 보인다. 2시간 가량 능선을 따라 가면 868M의 막장봉 정상이 나온다. 잠시 쉬어갈 겸 주변을 둘러보면 듬직한 군자산도 보이고, 보석 같은 칠보산, 충북의 명산 속리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탁 트인 시원함을 주는 정상이었다면 하산길은 막장봉의 진수를 보여주는 원시림이 기다리고 있다. 정상에서 장성봉으로 이어지는 경사길을 따라 살짝 옆길로 내려서면 안부와 절말로 잇닿아 있다. 원시림처럼 이어진 숲길은 기름지고 폭신하다. 깊은 산골짜기로 접어들며 햇살도 가려진 이 길은 내려가는 내내 사람을 만나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일까, 길섶에는 돌쩌귀, 구절초, 산부추, 향유꽃이 발길을 잡는다. 숲길은 내려갈 수록 더 깊어지는 느낌이다. 울창한 나무들로 하늘이 가려지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뚝 뚝 꺾인 거목들이 쓰러져 있어 장엄함도 느껴진다. 그리고 나무를 휘감고 자라난 다래 넝쿨이 축축 늘어져 장관을 이룬다.

가을 숲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단풍으로 물든 계곡이다. 길게 이어지며 좁은 길 따라 흐르는 물은 웅덩이가 되기도, 작은 폭포가 되기도 하며 투명한 얼굴로 가을 산 빛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울긋불긋 단풍 따라 물길이 이어진 계곡은 강선대에 이르러 절정을 이룬다. 비로소 하나 둘 사람들이 보이고, 맑은 물소리와 사람의 소리가 어우러질 즈음, 막장봉은 등 뒤로 점점 멀어져 간다. 불길이 번져나듯 가을의 환한 빛은 그렇게 숲에서 시작되고 있다.

산부추
구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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