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로 향하는 의정비 인상
막바지로 향하는 의정비 인상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7.10.23 2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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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 인 섭<사회부장>

"빈손으로 되는 일이 뭐가 있습니까.광역화된 지역구를 챙기려면 알게 모르게 적잖은 돈을 써야 하는 게 현실이다보니 보통 힘들었던 게 아니였죠."

청주시의회 A의원은 4464만원으로 확정된 의정비 규모에 대해 만족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현실화된 것이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개인 사업을 했던 A의원은 당선과 함께 자신의 일을 상당부분 정리하고, 의정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다.

선거구 인구가 10만명에 가까운 이 의원은 지역구 행사부터 지지자들이나 각종 모임을 챙기다 보니 씀씀이가 커져 경제적으로 상당한 곤란을 겪어 왜 진작 재산을 모으지 못했냐는 자책감도 느꼈다고 한다. 한마디로 '인생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런 탓인지 A의원은 의정비 인상을 '가뭄의 단비'로 여기는 듯했다.

A의원의 입장과 달리 지난 22일 결정된 의정비 규모에 대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반응은 크게 달랐다.

"의원들이 제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고 있는 시민들이 많은 상황에서 1년만에 50%가 넘는 인상률을 적용한 것은 이런 저런 사정을 고려해도 지나친 것이지요. 청주시의회의 경우 4000만원을 초과하면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는데 예상치를 훨씬 넘어섰고,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기도 어려워 너무 서둘렀다는 생각이 앞섭니다."

의원들의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역할과 위상, 주민 정서와 맞물려 공감대를 얻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충북도의정비심사위원회가 잠정 확정한 4601만원과 별 차이가 없어 도의원 의정비 인상을 가져올 게 뻔하고, 아직 결정하지 않은 나머지 자치단체들이 재정자립도 등 객관적 여건을 무시한 채 유사한 규모로 올릴 것에 대한 경계가 역력했다.

공직사회의 반응은 더 싸늘하다.

의회를 넉넉히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에다 견제와 감시를 받고 있는 사정 탓인지 냉소적 반응이 주류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공무원들은 "무급제 시절에도 할 사람 많았는데 올릴 필요가 뭐가 있냐"며 속마음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의정비 인상에 대한 '우군(友軍)'거의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북 도의원과 시·군의원 의정비는 청주를 기준삼아 적절한 명분과 데이터를 적용해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다. 재정자립도가 13.6%에 불과한 괴산군까지 100% 인상률을 적용해 4240만원으로 올리려했으니 말이다.

사실 2006년 지방선거 이전 상황을 고려한다면 의정비 인상은 어색한 것도 아니다.

유급제가 되면 기초·광역의원 연봉이 4000만원에서 많게는 7000만원까지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이랬던 것이 의정활동 평가와 함께 유급제를 적용할 만한 제도적 장치 확보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했기 때문에 모양만 갖춘 유급제로 운영했던 측면도 강했다 할 수 있다. 의정비 책정에 필요한 메뉴얼을 갖추지 않은 것도 논란을 부추겼다. 의원 수, 재정자립도, 적용할 직급, 주민의견 등 산정기준이 될만한 '잣대'가 있었다면 여론이나 타 자치단체 눈치를 볼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속에 의정비 인상은 이제 현실이 됐다.

남은 것은 의원들의 역할이다.

시쳇말로 '밥 값은 한다'는 말이 나와야한다는 소리다. 종종 터지는 일탈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윤리강령이나 제재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영리행위 제한, 겸직등록 의무화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요구 역시 유급제와 함께 늘 따라 붙었던 사안이다. 의원들은 의정비 인상 국면이 마무리되면 이런 요구들이 전과는 아주 다른 강도로 부각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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