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벨트와 충청민심
서부벨트와 충청민심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7.10.2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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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 경 훈<정치행정부장>

대권을 잡기 위한 숨가쁜 경주가 시작됐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예선전을 거쳐 본선에 올랐어도 선수들만 바쁘지 관중들은 시큰둥하다.

오히려 예전의 경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관심하다.

유명 정치 전문가들도 올 대선을 예측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한다. 관중들의 눈이 언제 어떻게 어디로 쏠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선 지형을 움직일 수 있는 외생변수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그래서 선수들이 '대통령은 자기 뿐'이라는 착각에 더욱 빠져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번주부터 각당 대선 후보들의 행보가 분주해졌다. 전국을 누비고 각계 각층을 만나는 민생탐방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관심을 끌기 위한 선수들의 몸부림으로 보인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서부벨트 선점경쟁'이다.

서부벨트는 충청·호남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번 대선의 고비가 될 지역이라고 저마다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충청향우회가 열렸던 지난 휴일에는 모든 대선 후보가 너도나도 앞장서 행사장을 찾아 충청권 구애작전을 펼쳤을 정도다.

본선 신호탄을 쏘아 올리자마자 각당 후보들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듯 충청·호남권 방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진정책(西進政策)을 강력히 추진 중인 이명박 후보는 22일 광주·전남을 시작으로 25일 전북, 26일 대전, 27일 충남, 28일 충북 등을 차례로 방문, 서부벨트 민심잡기에 돌입했다.

한나라당이 호남을 염두에 두는 것은 호남을 조금만 잡을 수 있다면 이번 대선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또 충청권은 대선의 중심추로 무조건 이겨야 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우선 순위가 항상 앞선다. 따라서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은 곧 호남과 충청을 시발로 하고 있다.

대선 3수를 하는 이인제 민주당 후보도 서부벨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후보가 민주당과 호남의 맹주 조순형후보를 사퇴시키고 전면에 등장했음에도 충청지역을 들고 나오는 것은 자칫 '정동영 대 문국현'의 협상으로 좁혀질 수 있는 범여권 단일화 국면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이 후보의 이같은 정치적 배경에는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처럼 지역기반을 염두에 둔 연합이 가장 유리한 구도라는 판단 아래 일단 무주공산인 충청도의 맹주가 되기 위해 주력하려는 뜻이 숨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충청도 대표선수'로 자리매김하는 일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 역시 지역 후보를 자처하고 있다. 이 후보가 지역 패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심대평 후보에 대한 비교우위부터 보여줘야 할 판이다.

이런 방법으로 이 후보가 충청권에서 지분을 확보할 경우 범여권의 단일화 논의는 '세력'에서 월등한 우위를 가진 정동영 후보 및 '비전'을 선점한 문국현 후보와 함께 '지역' 논리로 무장한 이인제 후보 간의 복잡한 함수관계 풀이로 접어들 공산이 크다.

충청을 놓고 벌이는 범여권의 셈법은 이처럼 복잡하다. 이는 한나라당과 국민중심당과의 연결고리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만큼 충청권은 이번 대선구도에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선후보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벌이는 이런 계산에서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우선 충청은 호남과 함께 서부벨트로 묶이는 것에 대해 알레르기가 있다는 점이다.

또 충북도 대전·충남과 함께 충청권에 통합되기를 그리 달갑게 보지 않고 있다.

지역마다 미묘한 정치적 함수관계가 묶음이라는 단어로 도매금에 넘어가는 것을 생리적으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벨트로 쉽게 묶을 수 없는 것이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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