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로 멍든 충주 기업도시 '들썩'
'투기'로 멍든 충주 기업도시 '들썩'
  • 고영진 기자
  • 승인 2007.10.12 23: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정정보 미리 알아내 땅 사들인 지도층 인사 적발 파문
충주시 일부 지역이 기업도시로 선정될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알아내 부동산투기를 한 지도층 인사 108명이 10일 경찰에 적발됐다.

특히 기업도시 선정과정을 미리 알아낼 수 있는 산자부 고위 공무원이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지역전체가 들썩이고 있다.관련기사 4면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농지를 집중 매입한 시점은 지난 2005년 4월 충주시가 기업도시 사업을 신청하면서 3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지정될 무렵이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지역 개발정보를 입수한 기획부동산을 중심으로 투기가 성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지역 부동산업계 종사자들은 별로 놀라지 않는 눈치다. 특히 직업 '떴다방' 종사자들은 "당연한 일 가지고 웬 호들갑이냐"는 반응이다. 대규모 도시개발계획이 있을 때마다 늘 발생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까지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번 경찰에 적발된 투기꾼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고위공직자로부터 시작돼 지역공무원이나 가족, 주변인물까지 모두 조사해 보면 모르긴 몰라도 몇배는 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전문 '떴다방' 종사자들에 따르면 개발예정지로 물망 에 오른 지역에서 서울사람, 특히 강남구가 주소지로 돼 있는 사람들이 부동산을 사기 시작하면 그 지역을 비롯한 거의 전국의 모든 '떴다방'들은 2∼3일 이내에 정보를 입수한다.

그러면 '떴다방'들은 대기하고 있는 투기꾼들을 모아 기획부동산 형태의 조직을 구성한 뒤 해당지역의 부동산을 닥치는 대로 매입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무당국의 단속에 적발되는 사람들은 '완전초보'라고 한다. 정보는 미리 잘 알고 있지만, 실제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직업 '떴다방' 종사자 박씨(52·청주시)는 "대부분의 전문 투기꾼들은 개발예정지의 땅을 투기목적으로 매입한 후 관계당국에 적발될 것을 우려, 명의를 변경하지 않고 금전관계가 있는 것처럼 서류를 꾸민다"며 "땅을 담보로 돈을 빌린 것처럼 매매하기 때문에 투기 유·무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충주 기업도시 예정지도 샅샅이 조사해 보면 금전관계로 위장한 매매가 상당할 것"이라며 "등기이전하는 거래가 30%라면 금전거래로 위장한 매매는 70%에 육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씨에 따르면 금전거래로 위장한 부동산 매매의 경우 최초의 거래자부터 현재 권리자까지의 모든 매매 당사자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왜냐면 지주로부터 최초로 땅을 매입한 사람만이 금전관계로 인해 설정이나 가압류된 것으로 등기부등본을 만든 후 다음 거래자부터는 미등기 전매를 통한 매매를 종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중간단계에 땅을 매입해 실제로 많은 수입을 올린 사람은 등기부등본상에 나타나지 않는다.

기획부동산에서 한때 일했던 경험이 있는 장씨(34·대전시)는 "충주 기업도시의 경우 아마도 미등기 전매를 통해 실제 소유주가 3번 이상은 바뀌었을 것"이라며 "추가로 조사해 보면 알겠지만, 공무원이나 서울사람들처럼 정보가 빠른 사람들은 벌써 이윤을 남기고 떠난 상태로, 현재 해당지역의 땅을 미등기 전매로 구입해 놓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주변지역 거주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3∼4차례 미등기 전매된 토지소유자는 보상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사놓은 사람들이 많다"며 "결국 부동산투기로 인해 손해보는 사람들 대부분은 때늦은 정보 입수로 막차를 탄 지역민들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금전거래를 위장한 매매가 사실일 경우 충주 기업도시 관련 부동산 투기자는 수백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