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직 도입이 더 급하다
의정직 도입이 더 급하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0.12 23: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권 혁 두<부국장(보은·영동·옥천)>

지자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방의원들의 의정비를 인상하고 있다. 충북에서는 괴산군이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무려 100% 인상을 결정하며 총대를 멨다.

여론과는 정반대로 가는 형국이다. 의정비를 결정하는 의정비심의위원회 운영규정을 보면 민심과 배치되는 이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지자체별 의정비심의위는 의장이 추천하는 인사 5명과 단체장이 추천하는 5명으로 구성된다. 형식적으로는 각 사회단체와 언론까지 아우르며 구색을 맞추긴 했지만, 면면들이 관변의 범주를 벗지못해 민심 대변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우선 의장이 의정비 인상에 비판적인 인사를 위원에 선임할리가 없다. 단체장 역시 의회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인물을 위원으로 선임해 의회의 눈총을 받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통 크게 선심을 씀으로써 장래의 밀월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회를 십분 활용하려는 분위기다.

위원 선임시 해당 분야를 대표할 만한 인사를 공식적으로 추천받는 것이 상식이지만, 대체로 그 과정이 일방적이다. 예를 들어 언론인 1명을 위원으로 선임하려면 지역 언론계에 취지를 전하고 언론을 대변할 만한 인물을 추천받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다른 기자들은 모르는 새 특정 기자가 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하는 경우가 있다. 그 기자가 위원으로 선임된 이유를 아는 대부분 기자들은 실소를 금치 못한다. 이러고도 대외적으로는 언론을 포함해 각계의 목소리를 담았다며, 의정비심의위의 다양성을 선전한다. 이런 식이니 요상한 설문조사로 민심을 왜곡하며 의정비 인상에 목을 매는 심의위가 나오는 것이다. 의정비심의위원회의 가면을 벗기고 아예 의정비인상추진위원회로 개칭하는 것이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다.

의정비심의위 운영규정이 개선되지 않으면 유권자들이 해마다 이맘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되풀이 될지 모른다. 가이드라인도 없이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를 일선 지자체에 떠넘긴 중앙정부가 해법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최소한 의정비 상·하한선이라도 정해주라는 얘기다.

지방의정 활성화와 관련해 중앙정부에 책임을 추궁해야 할 사안이 또 하나 있다. 의정비보다 효용성을 의심받는 것이 '전문성이나 행정경험이 떨어지는 의원들을 보좌한다'는 그럴듯한 취지로 설치·운영되는 의회 사무과(광역단체는 사무처)다. 최근에는 사무과 조직이 보강돼 군의회에도 과장급 사무관들만 3명이나 포진해 있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사무과 직원들이 예의 그 취지대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성실하게 보좌했다가는 곤혹을 치를 수 있다. 인사권을 틀어 쥔 사람은 의장이 아니라 의회가 견제하려는 단체장이기 때문이다. 집행기관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내밀하고도 민감한 문제가, 자질이나 식견으로 볼 때 누군가의 조언이나 제보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으로부터 제기될 경우 집행기관으로부터 1차로 의심받는 대상이 사무과 직원들이다. 이때 발설자로 찍히면 의회에 장기 근무할 각오를 해야한다. 한 사무과 간부는 행정감사에서 한 건을 잡은 의원이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는 답답한 경우를 보고도 모르는 척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더 이상 적장의 지휘를 받는 군사들과 한 팀을 이뤄 싸우는 지방의회의 저생산 구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의정비 얘기를 하며 새삼스럽게 사무과 문제를 들춘 것은 지방의원들이 제대로 된 의정을 펼치려면 의정비 인상 못지않게 사무과 독립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의정직을 신설해 사무과와 집행기관과의 고리를 끊고 진정한 조력을 받는다면 보좌관제도 도입도 필요없게 된다. 전국적으로 수천명의 유능한 공무원들을 지방의원들의 의전이나 챙기는 한직에서 탈출시키는 것은 공직의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