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자율화 논쟁
대학입시 자율화 논쟁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0.11 2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김 영 일 <본보 대표이사 사장>

지금 정치권이나 교육계에서 '대학입시 자율화'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논쟁을 불러일으킨 사람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다. 논쟁에 뛰어든 측은 청와대와 대통합민주신당 그리고 교육단체이다. 한나라당과 일부 교육단체는 찬성의사를 표하고 있고, 청와대와 대통합민주신당 및 일부 교육단체는 반대를 천명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후보는 지난 9일 대통령후보로서 교육관련 선거공약이나 다름없는 '사교육비 절반 실천 5대 교육프로젝트'를 발표했다. 5대 교육프로젝트는 3단계 입시자율화 다양한 300개 고교 설립 맞춤형 학교지원시스템 고교 졸업하면 누구나 영어로 대화가능 기초학력과 바른인성 책임교육제다. 그런데 이들 중 '3단계 입시자율화'가 대학입학제도의 근본적인 대수술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돼 커다란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0일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위원장 정홍섭)가 초ㆍ중등학교 학년군제 와 고교 무학년제, 홈스쿨링제, 교사자격 갱신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미래교육 비전과 전략 2030'을 확정했다.

'3단계 입시자율화'는 대학입학에 있어 1단계 학생부와 수능반영비율 자율화, 2단계 수능과목 현행 7개에서 4∼6개로 축소, 3단계 본고사 없이 완전 자율화를 뜻한다. 야당의 대통령후보가 제시한 교육공약에 대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현 정권이 교육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는 대입 3불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이 어떤 식으로든 와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 왔던 3불정책이 그때마다 집권층의 의지대로 유지되어 왔고, 폐지의견이 무시되어온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유력한 대통령후보의 공약으로 인해 야당후보가 12월 선거에서 당선되었을 때는 3불정책이 수술대에 오를 확률이 높아 예전과는 다른 방향의 논쟁이다.

3불정책이 수술대에 오르더라도 기여입학제는 반대가 심해 현행유지의 틀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지만, 대학마다 본고사에 버금가는 특색 있는 선발제도를 창안해 낼 것이 분명해 본고사 금지가 사실상 와해되고 어떤 식으로든 고교등급화가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5대 교육프로젝트에 대해 한국교총이 '학교체제의 다양화와 입시의 자율화 방향은 긍정적인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반면 전교조는 '교육정책에 기업이나 경제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려는 것으로 실망스럽다'며 비판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또 3불정책에 대해 한나라당은 '중앙집권적이고 공공성을 강조하는 현행 교육정책이 오히려 공교육 질을 떨어뜨리고 사교육 시장만 키워 놓았다'는 입장이고, 집권층은 '교육의 빈부격차를 늘릴 수 있다'며 폐지를 반대했다.

대통령자문교육혁신위의 발표와 이명박 후보의 프로젝트에는 일부 비슷한 내용도 있다. 자문위는 자문위 나름대로, 이 후보측은 또 그 나름대로 교육관련 공약과 주요정책 보고서의 내용을 발표했다. 다만 발표시기가 공교롭게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바람에 곱지않은 시각이 있다. 공교육의 실종과 사교육의 번창이라는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이 확연히 달라 또다른 논쟁을 일으킬 개연성이 높다.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학생자녀를 둔 모든 국민들은 '교육전문가'로서 할 말이 많다. 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욕구를 다 충족시켜줄 마땅한 방책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많은 수의 국민이 원하는 제도를 창출하는 혜안을 기대할 수는 있다. 이번 논쟁과 대통령자문기구의 발표를 이런 관점에서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