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는 시기상조
금산분리는 시기상조
  • 문종극 기자
  • 승인 2007.10.10 2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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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문 종 극<편집부국장>

대기업이 은행을 가질 수 없게 하는 것, 즉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금지하는 금산분리가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원칙이다.

우리나라에서 절대 원칙 중 하나였던 이 정책은 정경유착이 심했던 군사정권 시절에도 지켜졌던 철칙이었다.

그런데 이 철칙이 최근들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금산분리의 대원칙에 균열이 일고 있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재벌의 사금고가 되면 나라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기존 원칙에 맞서 산업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운 금산분리 완화 목소리가 최근 갑자기 높아지고 있다.

윤증현 전 금감위원장이 퇴임 직전인 지난 7월 금산분리 완화문제를 거론면서 불이 붙은 금산분리 완화논쟁은 최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 8일 한 강연에서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것이 시대적 정신에 맞지 않나 생각한다"며 "대기업과 금융이 합쳐지는데 대한 부정적 요인이 있지만 금산분리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제대로 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미 자본시장통합법(금융산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 제정과정에서 소액지급결제의 모든 금융권 공유가 추진된데 이어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지만, 최근들어 주변에서 이를 엄호하는 듯한 발언이 이어지면서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금산분리 정책은 우리나라 경제운영의 제일 원칙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최소한 기업이 은행을 소유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지금까지 모든 산업의 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의 전문성과 산업·금융의 균형발전을 위해 특정 경제세력의 국가 금융시스템 장악 내지 집중은 철저하게 불허돼 왔다.

이명박 후보가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지지발언을 하면서도 "대기업과 금융이 합쳐지는데 대한 부정적 요인이 있지만"이라며 지지속에서도 우려를 나타냈듯이 재벌의 은행소유는 국가 금융시스템이 일부 재벌들에 예속되는 현상이 발생하면 국가경제에 큰 부작용이 일 것은 불문가지이기 때문에 지켜졌던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재계를 중심으로 금융시장의 완전 개방과 무한경쟁시대에 국가 금융주권을 지키고 세계 금융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대형화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있게 제기되고 있다.

국내 재벌자본의 적극적 유치를 통해 은행과 증권사들의 덩치를 대형화하고 그 힘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 금산분리 지지자들의 주장인 것이다.

이에 반해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계와 정치권, 경제부처 일각에서는 "금산분리 폐지는 곧 재벌의 은행소유로 국가 금융시스템이 일부 재벌들에 예속되는 현상을 낳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몇개의 재벌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개혁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중은행들까지 이들에게 장악될 경우 공정 경쟁을 통한 합리적 발전이라는 시장의 기능이 무의미해 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산업·금융 양 시스템의 경직화를 불러와 결국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상황의 경제현실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인다.

그렇다. 금융시장이 독과점화되면 중소기업과 서민에 대한 금융 자원의 공급이 위축될 것은 세계적인 통계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뻔하다.

이 때문인지 금융당국도 현재 이에 대한 뚜렷한 방향이나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정황을 종합해 볼때 재벌위주의 재계와 일부 정치권에서 들고나온 금산분리 완화는 시기상조라는 여론에 무게를 둬야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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