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특종과 공무원의 시각
기자의 특종과 공무원의 시각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0.07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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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 수 홍<부장(서산·태안)>

기자들은 특종이라는 열매를 따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나라 안팎을 살필 수 있는 중앙부처에 특종의 소재가 몰려 있는 탓에 지방기자들은 특종에 대한 기회가 상대적으로 박탈된 조건에서 행운()을 누리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일선지역에도 특종은 있다.

다음의 사례는 이 시대 우리들에게 무한한 책임을 묻고 있다.

사례 하나, 기자는 90년대 중반 서산시 운산면에 위치한 축협 한우종축장(현) 1300만의 목장용지 중 방치된 일부를 골프장으로 개발, 지역발전을 꾀해 보자고 했다.

초지여서 건설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는데다 서해안고속도로의 건설계획으로 향후 접근성이 뛰어났기 때문에 이곳 골프장 개발은 서산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시 서산시는 냉담했다. 한 술 더 떠 일부 공무원들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했다. 결국 괜한 기사를 써 욕만 먹은 꼴이 됐다.

3년이 지나 골프선수 박세리는 맨발투혼으로 세계적 유명선수들을 제치고 당당히 우승, IMF로 신음하던 우리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다.

이듬해 서산시는 골프장 건설을 돕겠다는 취지의 책자를 만들어 돌렸다.

기자는 2004년 서산시장과의 간담회에서 운산 목장을 골프장으로 개발해 볼 의지가 있는지를 또 물었다. 당시 시장은 "가능성이 없다. 검토의 대상이 아니다"고 즉답했다.

그런데 최근 모 정당에서 이곳을 골프장으로 건설한다는 내용을 다가오는 대통령선거 지역개발 공약으로 채택, 서산시민들에게 표를 호소한다는 것이다.

사례 둘, 지난 2005년 에쓰오일 김선동회장이 헬기를 타고 대산읍 독곶리 일원을 살핀 뒤 서산시를 방문하고 돌아갔다.

내용이 궁금했다. 시는 모르쇠였다.

백방으로 뛴 그 기자는 에쓰오일이 대산 독곶리 일원에 3조5000억원을 투입, 석유화학 산업단지 조성을 희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에쓰오일 서산에 석유화학 산업단지 프로젝트 시동' 제하의 1보를 시작으로 그동안 20여차례 속보를 냈다.

기자의 보도가 이어지자 시청 모 국장은 에쓰오일측에 "왜 그 기자에게 정보를 흘려 일을 복잡하게 하느냐"며 항의()하기에 이르렀고, 또 다른 공무원은 "대산지역을 공해지역으로 만들꺼냐", "대산은 깨스통 된다" 등등 질타와 어처구니 없는 말들을 쏟아냈다.

일부 기자들까지 특정기자에게만 정보를 준다며 항의하는 바람에 기업측 사람들이 많이 시달렸다.

발품을 팔아 새로운 정보를 찿아 뛰고 어떻게 하면 지역발전을 꾀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의 보도가 왜 그리 문제가 됐었는지 지금도 답답하기만 하다.

행정적 지원은커녕 서산에서 2년여동안 애쓴 보람도 없이 대기업 에쓰오일은 지난 5월 결국 짐을 싸고 가버렸다. 에쓰오일이 짐 싸 가버린 날, 이날은 서산시가 자초한 치욕의 날이 되고 말았다

최근 서산시는 에쓰오일을 다시 모셔오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서산시는 최근까지 충남 서북부 지역의 발전축, 맹주라는데 이의가 없었다.

기자는 최근 '서산시 샌드위치', '서북부 발전 성장동력 당진으로 빠르게 이동'이라는 기사를 썼다.

인접 시·군과는 달리 지역발전 가시화 혹은 속도가 더딘 데 대해 서산시를 질타한 것이다.

특종은 나만의 땀냄새가 묻어날 때 특종의 가치가 있다.

서산의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의 공무원들이 많을 때 서산시의 미래는 보장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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