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의 목소리…자기만의 계율을 만들자.
낮은 자의 목소리…자기만의 계율을 만들자.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10.02 2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교칼럼
전 철 호 <충북불교대학 교무처장>

'술에 취해 밤낮을 알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사람, 그는 지금 자신의 생명의 뿌리를 마구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여! 이를 알지라. 절제할 줄 모르는 것은 죄악과 탐욕, 바르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자신으로 하여금 기나긴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하라.' 법구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신앙인들은 입문과정을 통해 계율을 지닌다. 불가에서는 '살생하지 말라, 훔치지 말라, 사음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 술에 취하지 말라' 등 5계를 수지해 정식으로 불교신자라는 이름을 지닌다. 계율은 계와 율로 구분되며, 계는 개인·주관·자발적인 면이 강조되고, 율은 집단·형식적인 면이 강하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인간적인 양심과 도덕, 법으로 정한 법률이 있듯 종교인으로 살아가는 데는 계율이 존재한다. 계율의 의미를 살펴보면 귀결되는 것이 양심에 근간을 둔 생활규범의 총체적인 뿌리라고 볼 수 있다. 실정법을 위반하면 법에 의한 벌을 받아야 하고, 양심에 위배된 행동을 하면 가책을 느껴 괴로워해야 한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수 많은 법전에 나열된 제약사항을 알기란 불가능하다. 기본적인 양심과 도덕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다만 욕망과 본능에 몸과 마음을 맡기기 보다는 절제라는 수단을 통해 자신을 지켜가야 한다. 욕망은 끝이 없어 욕망을 좇아갈 경우 불명예스런 멍에를 지고 살아갈 수 있다. 요즘 언론을 장식하는 불미스런 일들이 그런 욕망의 노예가 됐기 때문은 아닌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고, 반드시 지켜야 할 것들을 계획해 살아간다면 지탄받는 모습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공직에 있어서는 사리사욕을 버리고, 돈과 여자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같은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지, 이 결정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는지 돌아보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필자의 경우 술자리는 1차로 끝내고, 음주운전을 절대로 하지 않으며, 술을 마실 때는 빈속에 마시지 않을 것, 대화를 나눌 때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할 것, 약속시간은 반드시 지킬 것, 전화를 걸 때는 상대방에게 내 신분을 반드시 먼저 밝혀 타인에 대한 배려를 할 것 등 사소한 약속을 정해 나만의 계율을 실천하고 있다.

불가에서는 비구스님이 되기 위해 250가지의 계율을 지켜야 하고, 비구니스님이 되기 위해선 348가지 계율을 지켜야 한다. 그 많은 계율을 지켜가는 스님들의 생활 모습에 우리는 존경의 마음을 보내고 예경하는 것이다. 나만의 계율을 만들어 실천해 보자. 10가지라도 좋고, 100가지라도 좋다. 그러면 절제된 생활에 익숙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다만 계율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 우선을 위해 차선책을 택해야 한다. 거짓말하지 말라는 계율을 지키려다 사슴을 쫓아온 사냥꾼에게 사슴이 숨어 있는 장소를 알려주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