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밖 과수원 길에 활짝 핀 아카시아꽃
동구 밖 과수원 길에 활짝 핀 아카시아꽃
  •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 승인 2023.05.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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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이현호 충북예총 부회장

 

나의 유년 시절 우리 동네 충주 호암지 주변에는 과수원이 많았고 특히 사과가 많이 수확되어서 가을이 되면 사과를 흔하게 먹던 기억이 난다.

초여름이 시작되는 5월 중순부터는 과수원에서 솟궈낸 풋사과를 쪄서도 먹고, 쨈도 해 먹고, 잘게 잘라 물에 넣고 그 당시엔 설탕이 귀해서 당원이나 사카르라는 아주 단 가루를 넣어 주스처럼 먹던 기억이 난다.

가을이 되면 호암지 근처의 수많은 과수원은 온통 빨간 사과로 세상을 뒤엎는 듯했다. 싱싱하고 좋은 사과는 서울이나 일본으로 수출한다고 해서 우리는 약간 상한 사과를 주로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5월이면 사과밭 주위 울타리엔 아카시아꽃이 하얗게 피어 시원하고 향긋한 냄새로 가득해 과수원 사이의 황톳길을 걸어갈 때는 눈을 감고 아카시아 향 내음을 음미하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하얀 아카시아 꽃들에는 어디서 날아왔는지 수많은 꿀벌이 윙윙거리며 날아다녔다.

아카시아 꽃 위에 앉아있는 벌의 날개를 잡아서 벌침을 빼고 꽁무니를 빨아먹으면 아카시아 향을 품은 꿀이 입안으로 들어와 그 향긋함을 더하던 아카시아의 계절이었다.

며칠 전 친구와 함께 좁고 구부러진 시골길을 가다가 하얀 꽃이 활짝 핀 아카시아 꽃을 감상하자니 문득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부르던 `과수원 길'이란 동요가 생각이 났다. 초등학교 입학하고 5학년 때 선생님이 풍금으로 연주하며 아이들과 함께 부르던 노래 `과수원 길'은 늘 어린 시절의 친구들이 생각날 때는 언제나 입가에서 먼저 떠오르는 노래다.

`과수원 길'은 박화목 작사, 김공선 작곡의 동요로 1972년 한국 동요 동인회를 통하여 발표되었다.

이 노래는 키가 컸던 가수 `서수남'씨가 불러서 더 많이 유명해졌고, 친구들과 손뼉을 치며 율동과 함께 불렀던 곡으로 가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하이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 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 보며 쌩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과수원 길 ~'

이 동요는 8분의 6박자 바장조의 서정적인 동요인데 정감 있는 가락이 포근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이 노래는 동요 곡으로 작곡된 것이지만 합창곡으로도 편곡되고,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노래하는 합창단에서도 널리 애창되고 있다.

또한 리코더 중주곡으로도 편곡이 되어서 초등학교에서는 학예회의 주요 레퍼토리로 사용되기도 하고, 음악 실기 시험곡으로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동요`과수원 길'은 쉽게 익힐 수 있는 가락에서 서정성이 은은히 풍기는, 오늘날의 대표적 동요 이기도 하다.

시골길에서 우연히 마주한 아카시아 꽃과 상큼한 향은 내 어린 날의 동심이 솟아나고 `과수원 길'이란 노래를 허밍으로 흥얼대면 아카시아꽃이 활짝 핀 고향의 과수원 사이로 들어가며 저 멀리서 이름도 얼굴도 아스라한 친구들이 손을 흔들며 달려오는 듯한 코가 찡긋한 감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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