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곰취와 곤달비
같은 듯 다른 곰취와 곤달비
  • 우래제 전 충북 중등교사
  • 승인 2023.05.17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봄이면 갖가지 봄나물 때문에 밥상이 늘 초원이다.

우리 집 봄나물은 울릉도에서 이사 온 부지깽이나물로부터 시작한다. 이 부지깽이나물은 울릉도에 자생하며 나물로 재배하는데 정식 이름은 섬쑥부쟁이다.

실제로 부지깽이나물은 따로 있다. 부지깽이나물은 겨자과이고 섬쑥부쟁이는 국화과로 전혀 다른 식물인데 울릉도 섬쑥부쟁이가 부찌깽이나물로 널리 팔리는 바람에 이름이 헷갈려 사용되고 있다.

이 섬쑥부쟁이 다음으로 달래, 고들빼기, 두릅, 쑥, 돌미나리, 엄나무 순, 다래 순, 고비, 고사리, 돌나물 등 산골의 여기저기 주변이 모두 산나물이다.

진달래 지고 산철쭉이 필 때가 되면 온 산이 연녹색을 띠기 시작한다.

이때쯤 되면 산에 취나물도 채취할 만큼 자란다. 오늘은 멀리 객지에 있는 딸들이 온다니 삼겹살이나 구워먹어야겠다. 그러려면 이것저것 쌈 채소를 준비해야겠지? 오늘은 취나물 좀 뜯어볼까?

취나물은 국화과의 식물로 菜(나물 채)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취나물'이라 하면 외가를 외가집으로 부르는 것처럼 한자와 한글의 중복된 말이다.

또 일부에서는 취한 것처럼 현기증에 효능이 있다는 뜻에서 醉(취할 취)나물이라고도 한다.

취의 종류는 참취, 곰취, 미역취, 개미취, 바위취, 단풍취, 수리취, 두메취, 병풍취 등 다양한데 식용이 가능한 것은 20여종으로 알려져 있다.

심어 놓은 곰취를 뜯다 보니 곰취 곤달비가 섞여 있다.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구하는 대로 심었더니 이제는 심은 사람도 헛갈린다.

일부 지역에서 여는 곰취축제장에서도 곰취와 곤달비가 섞여 나올 정도로 구별이 어려운 놈들이다. 이참에 다시 한 번 곰취와 곤달비를 확실히 구별해야겠다.

곰취는 곰이 즐겨 먹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과 둥글넓적한 잎이 곰 발바닥을 닮아 생긴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곤달비는 곰취와 아주 유사하지만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자라며 곰취보다 맛이 약간 부드럽다.

꽃이 피면 구별이 좀 쉽다. 곰취는 꽃잎이 5장 이상인데 곤달비는 3장 정도이다.

꽃이 없으면 잎 모양으로 구별한다. 곰취의 잎은 곤달비보다 크고 두텁고 거칠다.

곰취는 잎이 전체적으로 둥근 모양인데 곤달비는 잎끝이 좁아 약간 세모지다.

그래서 곤달비의 영어 이름이 Narrow-head ragwort 라고 한다. 그리고 곰취는 줄기에 홈이 나있고 자줏빛 선이 있는데 곤달비 줄기는 홈이 없어 둥글다.

그리고 잎자루와 이어지는 잎 모양이 곰취는 U자 모양인데 곤달비는 V자 모양이다. 이거 하나만 기억하자. 「곰취는 U, 곤달비는 V」소리 나는 대로 곰취는 유 곤달비는 비다.

한 잎 한 잎 뜯으면서 맛을 보니 차이가 있는 듯하더니 또다시 헛갈린다.

한참을 고민하다. 확실히 구별되는 곰취 한 포기와 곤달비 한 포기를 별도로 옮겨 심었다.

좀 더 확실한 구별을 위하여. 이제 곰취, 곤달비에 벗어나 참취 뜯으러 가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