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남녀 만남 주선? … “시대착오적 발상”
미혼남녀 만남 주선? … “시대착오적 발상”
  • 정윤채 기자
  • 승인 2023.05.16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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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청춘썸데이' 행사 30명 대상 기획이벤트
온라인 모집 커뮤니티서 “혈세 낭비” 부정 댓글
여성생활정치연대 “실효성 검토 해봤는지 의문”

 

청주시의 미혼 남녀 만남 주선 행사를 놓고 실효성없는 시대착오적 행정이라는 비판이 일고있다

청주시는 미혼 남녀의 건강한 만남을 지원하기 위한 `청춘썸데이' 행사를 열겠다고 16일 밝혔다.

청춘썸데이는 청주시청 여성가족과가 28~38세 청주시 거주 미혼 직장인 남녀 30명(남녀 각 15명씩)을 대상으로 기획한 이벤트다.

참가자들은 행사 당일 약 7시간 동안 두근두근 포크댄스, 1대 1 로테이션 토크, 팔찌 만들기 데이트, 애프터 신청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청주시가 주관하는 일종의 `15대 15 단체 소개팅'인 셈이다. 행사에 소요되는 예산은 약 1000만원이다.

청주시는 행사 기획 취지에 대해 “만혼·비혼 등 결혼 기피 문화가 심각한 가운데 만남의 여유와 기회가 부족한 청춘남녀들에게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타 지자체에서도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사업을 결혼장려정책으로 들고왔다는 이유에서다.

청주시 서원구에 사는 직장인 이 모씨(27)는 “공공기관이 결혼정보회사도 아니고 결혼장려랍시고 이런 행사를 대체 왜 여는지 모르겠다”며 “이전에 다른 지역에서도 했다가 실효성 없다고 욕먹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한 청주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참가자 모집 포스터가 게재되자 “청주시장은 이런 사업도 승인해주냐”, “세금을 이런데도 쓰는구나”, “지금이 2023년 맞냐” 등 부정적인 댓글이 달렸다.

실제로 대전 서구청은 2021년 관내 공공기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심통방통 내짝을 찾아라' 만남 주선 사업을 추진했다가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이 미팅 주선 사업이냐”는 지역 시민단체들의 뭇매를 맞았다.

같은 해 광주시 또한 `두근두근 하트 비대면 만남 행사'라는 이름의 유사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행사 실효성에 대한 광주시의회와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개최를 보류했다.

이벤트 대상자인 지역 청년들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김은정씨(여·32 청주시 흥덕구)는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이유는 만날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결혼할 여유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며 “이런 행사 연다고 결혼할거였으면 이미 청년들 다 듀오(결혼정보회사) 갔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이난경 청주여성생활정치연대 대표는 “청년들이 결혼을 꿈꿀 수 있는 환경 자체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만날 기회만 제공해주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단편적인 사고”라며 “사업 추진 전 타당성 검토 등 여러 사전 작업이 있었을 텐데 사업 수요나 실효성 검토는 해봤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만날 기회 만들어줄테니 너흰 알아서 결혼하고 애 낳으라는 게 말이 되냐”며 “청주시가 해야 할 일은 미팅 주선이 아니라 청년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역사회 구축”이라고 말했다.

/정윤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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