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부터 시작하는 청렴
나부터 시작하는 청렴
  • 김정태 청주시 흥덕구 세무과 주무관
  • 승인 2023.05.1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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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정태 청주시 흥덕구 세무과 주무관
김정태 청주시 흥덕구 세무과 주무관

 

얼마 전의 일이다. 퇴근을 5분 앞두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취득세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어 전화를 주셨다는 민원인분께 궁금하신 점에 대해 설명드린 후, 통화를 마무리하려 하는데 민원인분께서는 늦은 시간에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를 하셨다. 나는 괜찮다고 거듭 말씀드리고 급하게 통화를 종료했다. 그렇게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너무 급하게 전화를 받느라 혹시라도 잘못 안내해드린 점은 없는지, 또 너무 성의 없게 비쳐 기분이 상하지는 않으셨을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어제 걸려온 번호로 전화를 드렸고, 궁금하신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여쭤본 후 안내를 해드렸다. 통화를 마칠 때 쯤 신경써줘서 고맙다며 한번 찾아오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고는 한사코 사양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 후 직접 구청을 방문하셨다. 고마움의 표시라고 빵을 2박스나 가져오셨지만 받을 수 없다고 재차 사양했다. 그렇게 민원인 분과 빵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다른 민원인분들이 기다리고 계셨고, 나는 급하게 자리로 돌아와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이 팔린 사이에 민원인분께서는 가져오신 빵을 내 자리 근처에 몰래 두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셨다. 뒤늦게 발견한 나는 깜짝 놀랐다. 당연히 가져가신 줄로 알았던 빵이 왜 박스째로 여기에 있는 것인지. 우선 팀장님께 전후 사정에 대해 말씀드린 뒤, 양해를 구하고 서둘러 빵을 돌려드리러 출발했다. 그리고 민원인분께 마음만 받겠다는 감사의 뜻만 전달하고는 빵을 돌려드린 뒤, 아쉬워하시는 모습을 뒤로 한 채 사무실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든 한 번이 어렵고 두 번째부터는 쉽다고 생각한다. `이번 한 번은 괜찮겠지, 나만 눈 감으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적은 양이라도 받았다면, 이후의 내 모습은 아마 청렴과는 거리가 멀어져 있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나도 모르게 대가를 기대하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저 민원인분들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 이런 따뜻한 관심만으로도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잔의 물도 받지 않겠다는 처음의 다짐처럼,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가짐을 반드시 지녀야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며칠 전에도 그 민원인분께 전화가 왔다. 이번에 개정된 사항에 대해서 여쭤보려고 전화를 주셨는데, 통화를 마칠 때쯤 식사를 한 번 대접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웃으며 괜찮으니 그저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청렴한 공직생활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저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을 갖고, 이를 실천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초심을 잃지 않고 공직생활을 마치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럼 없는 청렴하고 친절한 공직자가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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