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운 세상
조화로운 세상
  • 김기자 수필가
  • 승인 2023.05.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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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기자 수필가
김기자 수필가

 

화단의 흙이 딱딱해져 있다. 작년에 살던 화초들이 고개를 내밀기가 힘들 정도인 것 같아 묘책을 쓰기로 했다. 곧바로 후회에 들어갔다. 흙과 적당히 섞일 만큼의 거름을 부렸지만 그만 냄새가 진동하고 만 것이다. 어떤 거름을 해야 할지를 사전지식이 없었던 탓에 난감해졌다. 민폐였다. 주택가 한 복판이었으니 이웃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손바닥만 할지언정 그곳에서 여러 가지의 재미를 얻고 있다. 용케도 살아내는 꽃들과 단감나무까지 심심치 않게 볼거리를 전해오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이랴. 제멋대로 씨앗이 날려 이곳저곳 틈 사이에서 소담스레 피어나는 민들레와 제비꽃마저 마음을 훔쳐내기도 한다.
어떤 토양이든 양분이 없으면 메마른다. 잡초마저도 살아낼 수가 없다. 생육하기 위해서는 필요할 만큼의 거름이 섞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문제는 과정이다. 어떻게 참고 기다리는 가에 달려있다. 흐르는 시간 속에 바람과 비, 햇빛이 그것들을 희석시켜 놓으면서 완전한 조건을 빚는다고 본다. 마치 사람이 일구어가는 생의 바탕과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놀라고야 말았다. 시선에 담기는 세상살이 때문이다. 좁은 우물 같은 의견이라 해도 둘러보니 이렇게 극한적으로 대립하며 살아야 하는 모든 것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거슬리는 냄새와 가까이 하고 싶은 향기, 무색무취라 해도 하나의 굴레 안에서 공존해간다는 사실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 그중에 나도 하나였다. 때로는 향기로 때로는 역한 모습으로 지나온 시간들이 바람처럼 일렁인다.
되돌아보니 한 편의 거름과 흡사한 과정을 겪으면서 지나왔다. 땅에 양분을 제공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할과도 같은 처지였다. 하지만 그것은 유익하면서 향기로운 열매를 맺기 위함이었다고 자부한다. 아주 작은 사회, 가정이라는 곳에 정착해서 아이를 길러내고 장성한 길을 따라 뒤?는 기분에 다다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의 모두가 그런 모습이다. 어떤 맛과 멋을 주는지에 대해서도 체험해간다고나 할까. 희로애락 속에서 한층 성숙해지고 작으나마 희생이 없으면 완숙함에 이르지 못한다는 진리마저 깨닫게 한다. 잠시 향기가 사라진 것 같아도 끝내는 변화에 이르게 되고 꽃을 피우듯 지경을 넓히며 사는 것이 인생이었다.
한 달쯤 지나갔다. 그동안 간간이 비와 바람도 있었다. 냄새는 거의 잦아지는 상태이다. 흙은 새롭게 꿈틀대는 기운을 보인다. 여린 몸의 화초들이 또 다른 시작을 알려올 때 반가움의 인사가 나도 모르게 터지고 말았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옆에서 덩달아 잡초들도 인사를 하느라 바쁘다.
세상은 반드시 조화로움이 필요하다. 절실할 만큼 생활에 밀접한 것들이 많다고 여긴다. 물 흐르듯 거스를 수 없는 길에서 이제라도 더 나은 마음의 토양을 가꾸는 일에 빠져들어야겠다.
거북스러울지언정 내안에 도사린 모순들을 삭아지게 하는 것이다. 결 고운 인생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거듭 낮아지고 촉촉한 마음이어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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