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밀집지역 날벼락 … 살처분 망연자실
축사 밀집지역 날벼락 … 살처분 망연자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3.05.11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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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포 > 구제역 발생 청주 화상리 한우농가를 가다
방역당국 통제초소 설치 … 굴착기 투입 작업 분주
발생농장 반경 3㎞ 내 육우 등 4만542마리 키워
농가 불안감 고조 … 인근지역 긴급 백신접종 추진
방역당국이 11일 구제역이 발생한 청주시 북이면 화상리 한우농가에서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잇다. /이형모 선임기자
방역당국이 11일 구제역이 발생한 청주시 북이면 화상리 한우농가에서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잇다. /이형모 선임기자

 

11일 한우 구제역이 발생한 청주시 북이면 화상리는 사람의 그림자도 얼씬거리지 않을 만큼 적막했다.

마을 도로에는 구제역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방역차량이 쉴새없이 소독약을 뿌리고 있었다. 소독약 탓에 금새 흥건하게 젖어 소나기가 흠뻑 적시고 난 뒤의 모습과 흡사했다.

구제역이 발생한 한우농가 진입로에는 `긴급방역 출입금지' 팻말이 내걸렸고, 통제초소가 설치돼 장비와 인력을 통제했다. 전신에 방역복을 입고 마스크로 무장한 방역 담당자들의 모습이 팽팽한 긴장감을 더했다.

울타리 넘어로 보인 축사 주변에는 커다란 구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축사안에는 바삐 움직이는 굴착기가 어렴풋이 보였고 밖에서는 다른 굴착기가 살처분한 한우를 덤프트럭에 연신 옮겨 싣고 있었다.

방역 직원은 “땅을 파 살처분을 하기 위해 굴착기를 투입한 것”이라고 짧게 말하고, 작업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살처분은 지난 밤부터 계속됐다.

청주의 한적한 마을이 구제역 발생으로 초비상 상태에 놓였다.

불과 2㎞밖에 떨어지지 않은 북이면 내둔리와 화상리 한우농가 3곳에서 동시에 구제역이 발생하자 방역당국과 인근 우제류 농가들이 바짝 긴장한 상황이다. 발생농장 반경 3㎞ 이내를 의미하는 방역대에 236개 농장(한육우 197호·돼지 12호·염소 18호·사슴 9호)이 몰려 있다. 이들 농장에서는 총 4만542마리의 가축을 키우고 있다.

3~10㎞에는 한육우 565호, 돼지 38호, 염소 22호, 사슴 7호, 양 2호 등 634개 농장(10만1234마리)이 들어서 있다.

이처럼 구제역 발생지가 축사 밀집 지역인 데다 발생 농장 2곳만 해도 사료차량 등 10대가 드나들었고, 이들 차량이 전국적으로 329개 농장을 출입한 것으로 잠정 파악돼 확산 우려를 낳고 있다.

이우택 전국한우협회 충북도지회 사무국장은 “도내 전체 소 사육 두수의 30% 안팎이 청주권에 몰려있는데 구제역 발생 소식이 들리면서 이 지역 농가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침울해했다.

그는 다만 “농가들이 백신 접종을 잘해 항체 형성률이 높고, 기온이 올라가면 바이러스가 활동을 움츠리는 특성 등을 고려하면 예전처럼 광범위하게 확산이 이뤄질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방역당국은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대 내 곳곳에 통제초소를 설치했으며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방역대와 인근 지역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청주 인근 보은, 괴산, 증평, 진천 등에서 우제류 긴급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구제역이 확인된 것은 2019년 1월 이후 4년 4개월 만이다.

구제역은 소, 돼지, 양 등 우제류가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병으로 전염성이 강해 국내에선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감염된 동물은 입, 혀, 잇몸, 코 등에 물집이 생기고 체온 상승과 식욕 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폐사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장 간 전파를 막기 위해 이날 0시부터 오는 13일 0시까지 전국 우제류 농장과 축산관계시설 종사자 및 차량에 대해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형모 선임기자

lhm043@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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