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꼰대’다
나는 ‘꼰대’다
  •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 승인 2023.05.1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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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談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5월은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 기념하거나 주변을 돌아보게‘특별한 날’이 많다. 덕분에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기회를 갖게 해주니, 그런 의미에서 5월은‘선물’같은 달이다. 
필자의 두 자녀는 어느새 성인이 되어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큰아이는 비교적 보수적이고 수직적 조직 문화를 가진 곳에서, 작은아이는 상당히 자유분방하고 수평적이며 개성이 넘치는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 반바지에 헐렁한 티셔츠, 모자를 쓰고 출근하는 직원들도 있고, 근무 시간도 탄력적으로 주 40시간 일하면 되기에 금요일 오후 사무실은 한가하다고 한다. 조직 문화는 조직의 목표 달성, 업무 특성상 충분히 다를 수 있기에 어떤 문화가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논할 이유가 없다.
직장 생활을 하게 된 두 아이와 가끔 직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나눌 때가 있다. 큰아이가 점심을 팀장과 팀원들이 함께하는데 식당에 셀프바가 있었다고 한다. 신입직원이 셀프바 바로 앞에 앉아있었는데도 움직이지 않자 더 먼 자리에 앉아있던 큰아이가 여러 차례 왔다 갔다 하며 세팅을 했던 모양이다. 보고 있던 팀장이 “○○선생도 같이 좀 하지”라고 말씀하셨단다. 물론 그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됐던 터라 팀장이 한마디 거들게 된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있던 필자는“그러게. 같이 좀 하지”라고 반응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작은 아이가“확실히 난 MZ세대인가봐. 팀장님이 같이 하면 되잖아”라고 말하는 것이다. 순간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어! 근데 꼭 직책 때문이 아니라 어른이니까, 그리고 서로에 대한 예의로 가까이 있는 사람이 같이하면 좋잖아” 돌아온 대답은 “엄마도 꼰대야”. 작은아이는 그 상황이 보기 불편하면 팀장님이 언니랑 같이하면 되는데 왜 다른 사람에게 함께 하라고 말하는지 의아하다는 거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필자는 놀랐지만 말이다. 
‘꼰대’란 말을 찾아보니 ‘본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나, 근래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된 속어’라고 소개하고 있다. 
문제는 ‘꼰대질’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너무 명확하다는 거다. ‘교육이나 훈육’도 있다고 생각하는 필자와 같은 꼰대, 그조차 ‘꼰대질’이라고 말하는 MZ세대의 관점 차이는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다. 아니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바람직하지 않거나 옳지 않은 상황에서도 입을 다물고, ‘그건 아니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모른 척 외면하고 눈 감아 버려야 꼰대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나’의 부족한 경험이나 편협한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어른 말 들어서 손해 볼 일 없다고 강요하는 것은 분명‘꼰대질’이다. 그러나 함께 생활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예의와 사랑과 관심을 기반으로 하는 진심 어린 충고조차 그저 꼰대로 몰아세우기에는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나는 여전히 예의를 지키고, 상대에 대한 배려와 양보, 주저함 없이 선행을 행하는 용기, 부당함을 직관하고 개선하고자 움직이는 정의 등이 살아 있는 세상을 향해 가자고 ‘참견’ 아닌 ‘충고’를 전하고 싶다. 이렇게 말하는 나는 분명 꼰대다. 
진정성 있는 꼰대들이여! ‘나는 꼰대다’라고 당당히 외쳐보자. 꼰대라도 좋다. 바른말은 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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