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요일을 좋아하나요?
어느 요일을 좋아하나요?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3.05.10 1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나는 수요일을 좋아한다. 요일 이름에 물(水)이 들어 있어 그런가 수요일을 생각하면 부드럽고 촉촉하며 흐르는 물처럼 여유가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도 수요일을 제일 좋아할까?

2019년 한국갤럽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은 일주일 중 금요일을 가장 좋아하고, 토요일을 그다음으로 좋아한다고 한다. 만 13세 이상 1700명에게 일주일 중 가장 좋아하는 요일을 물은 결과 42%가`금요일'을 답해 일명`불금'(불타는 금요일)으로 표현되는 주말 기대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다음은 `토요일'(30%), `일요일'(13%) 순으로 주말 사흘이 전체 응답의 85%를 차지했는데 일요일 선호도가 금, 토요일에 비해 낮은 것은 월요일을 앞둔 중압감 때문으로 보인다. 요일을 좋아하는 순서대로 나열하면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수요일, 월요일과 목요일, 화요일 순이다. 2014년에도 동일한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좋아하는 요일은 대동소이했다.

코로나를 겪은 우리는 여전히 금요일을 제일 좋아할까?

요일에 대한 선호도는 아니지만, 요일별 안녕지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사람들이 보고한 안녕지수는 토요일의 안녕지수가 가장 높고 화요일의 안녕지수가 가장 낮았다. 요일별 안녕지수의 추이를 보면 평일을 지나 주말을 향해 갈수록 안녕지수가 오르며, 주말을 지나 다시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에 안녕지수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의 조사에서처럼 화요일과 목요일의 안녕지수가 대체로 낮았지만, 그 조사와는 달리 금요일이 아닌 토요일의 안녕지수 점수가 가장 높았다. 안녕지수를 조사한 2020년 조사에서는 금요일에 대한 안녕지수는 늘 꼴찌를 맡아놓는 화요일 수준으로 낮았고 코로나 2년 차인 2021년에는 목요일 수준으로 회복하였을 뿐 1위는 아니었다.

금요일의 반란 같은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금요일에 왜 안녕지수가 높지 않은 것일까? 그 이유를 짐작할 만한 실마리는 2020년 행복 리포트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금요일과 금요일 이외 평일의 안녕지수를 시간대별로 분석해보니, 금요일과 그 외 평일은 종일 비슷한 수준의 안녕지수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오후 6시~7시 사이에 금요일의 안녕지수는 크게 하락한다. 동일 시간대 평일의 안녕지수가 5.25점인데 비해 금요일은 4.92점으로 낮은 것이다. 바로 전 시간대인 오후 5~6시 사이는 평일 5.23, 금요일 5.21로 거의 차이가 없다가 그 시간대에 금요일의 안녕지수만 급격히 하락하였다.

연구진은 금요일 오후 6~7시는 회사나 학교에서 일과가 마무리되는 시간대임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사람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쉼 없이 일상의 업무와 공부에 매진하다가 금요일 저녁 6시가 되면 심리적 탈진 즉 번 아웃(burn out)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금요일이 되면 일과 공부에서 벗어나 긴장을 늦추고 피로를 풀게 될 것이라 기대하지만, 실상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되면서, 그로 인한 실망감이 금요일의 안녕지수를 하락시킨 셈이다.

빡빡하게 돌아가는 한 주간의 생활, 오늘이 벌써 목요일이다. 월요일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그래도 내일은 우리가 제일 기대하는 금요일이 아닌가? 혹 금요일이 우리를 속이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기대에 어긋난 금요일에 뒤이어 오는 토요일의 안녕지수가 높은 것은 금요일의 배신 덕분 아닌가? 산이 높은 곳에 골이 깊다는 말처럼 물처럼 흘러가는 한 주간도 이렇게 마무리된다. 어떻게 생각해도 `물(水)'이 들어 있는 수요일이 최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