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탕과 천연암반수
무설탕과 천연암반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2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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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문 종 극<편집부국장>

설탕은 사탕수수나 사탕무 따위의 식물에 들어 있는 이당류(단당류 분자 두 개로 이루어진 물질로 단 맛이나 쓴 맛이 난다)가 주성분인 감미료다.

과당은 프랑스의뒤브룅포(Dubrunfaut)가 1847년에 발견한 이래 1857년부터 감미료로 사용돼 왔으며, 1960년대 후반 핀란드에서 설탕의 분해물을 과당과 포도당으로 분리하는 기술이 개발된 이래 과당의 상업적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고순도 액상과당을 결정화한 결정과당은 다른 종류의 당보다 포만감을 더 많이 주면서도 혈당과 인슐린 수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설탕보다 감미도가 80% 정도 더 높으므로 단맛을 떨어뜨리지 않고도 칼로리의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운동선수, 비만이나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환자들이 애용하기도 한다.

뜬금없이 웬 설탕과 과당인가. 재미없고 딱딱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가 있다.

지난 8월말부터 소주업계에서는 설탕과 과당이 화두다.

업계 선두인 진로가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무설탕 소주를 표방하고 나서자 두산을 비롯한 나머지 업체들이 발끈한 형국이다.

진상은 이렇다.

지난달 20일 진로가 19.5도짜리 소주를 출시하면서 '무설탕 소주'라고 대대적인 광고를 하자 경쟁사인 지방업체를 비롯한 두산이 발끈하고 나섰다.

두산측은 소주에 감미료로 사용하지 않은 지 10년이 넘은 설탕을 교묘하게 내세워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탕을 뺀 껌, 설탕을 뺀 요거트, 설탕을 뺀 주스, 설탕을 뺀 소주'라는 카피를 통해 마치 다른 소주 브랜드들은 설탕을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 일으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는 것.

이와관련, 소주업계에서는 "소주에 단맛의 90%는 '스테비오사이드'라는 감미료에 의해 결정되며, 설탕을 감미료로 쓰지 않기 시작한 것이 10년 가까이 돼 현재는 설탕으로 주감미를 내는 소주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로는 19.5도 리뉴얼 제품을 출시하면서 첨가물인 설탕이나 액상과당 대신 핀란드산 100% 순수 결정과당을 사용한 웰빙형 고품질 소주로 무설탕임을 강조했다. 결국 진로는 액상과당을 결정과당으로 바꾸면서 무설탕이라는 주장을 하게 된 것이다.

맞다. 진로가 주장하는 무설탕은 사실이다.

또 맞다. 두산 등의 소주업체에서 주장하는 '소비자 현혹'이라는 의혹도 짙다.

그러나 무설탕 여부를 떠나 여기에 재미있는 관전포인트가 있다. 진로의 이 같은 광고 뒤에는 '100%천연암반수 하이트신화'의 주역이 있다는 사실이다.

(주)진로 CEO 윤종웅 대표이사다. 그가 이제 맥주가 아닌 소주의 신화를 창조하려는 듯하다.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갸우뚱하는 카피보다는 '100%천연암반수' 같은 그런 카피였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모두가 하는 것을 우리만 한다는 식이 아니라 모두가 하지만 그중에서도 우리만의 특장점을 내세운 '암반수' 같은 카피가 그것이다. 똑같이 물을 쓰지만, 그 물이 '암반수' 그것도 '100% 천연'이라는 카피는 불후의 명작이였다.

그로 인해 업계에서 만년 2위였던 맥주가 1위로 올라서면서 지금도 그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민국 모든 지역이 기업유치를 부르짖을 때 청정도시, 직지도시, 과학도시 등을 외치는 곳이 국민의 주목을 더 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을 이용한 잘살기 프로젝트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영속적인 1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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