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비 인상, 근본처방 아니다.
의정비 인상, 근본처방 아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2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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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 병 모<부장(진천)>

요즘 일부 도내 시·군의회가 의정비를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찬반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의회는 유급제 취지에 맞게 의정비를 '적정수준'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시민단체 등은 의정비 인상이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의정활동의 내실화를 먼저 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의 쟁점은 지방의원들이 현재 받는 연봉이 적절한지에서 시작된다.

기초의원의 경우 이들이 받아가는 연간 의정비는 2000만∼3000만원에 이른다.

기초의회의 연간 총 회기 일수는 80일이다.

세금을 내는 시민들의 관점에서 보면 1년 동안 겨우 80일 밖에 일하지 않으면서 수천만원의 연봉을 받는 것은 과도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기초의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들은 시민들이 지방의원들의 처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연간 회기 일수는 짧지만 주민생활과 밀착돼 있는 기초의원의 특성상 군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민원처리를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매달 수십 여건의 행사에 얼굴을 내비쳐야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결코 씀씀이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지방의원 유급화를 시행한 이후 유권자인 주민들로부터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월급을 받아가면서 이 정도도 못해주냐"는 식의 압박 아닌 압박을 받는다고 하소연하는 의원들도 있다.

집행부가 쏟아내는 조례안 등 각종 안건들과 예산·결산 심의, 행정사무감사 등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현실적으로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는 푸념도 들린다.

그러나, 의원들의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의정비 인상이 이런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의정비를 인상할 경우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충원해주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의정활동의 핵심인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조례제정 등 정책대안 제시에는 오히려 역작용을 불어올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시민단체의 생각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하다.

충북참여연대가 최근 청주시와 청원군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서 유급제 시행 이전과 비교한 지방의회의 활동에 대해 시민들 대다수(81.6%)가 별 차이 없다고 느끼고 있고 6.5%는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충북도의원과 청주시의원, 청원군의원이 받고 있는 의정활동비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조사에서도 응답자 475명(45.9%)이 '너무 많다'고 답했고, 이어 28.0%가 '적정한 편', 9.7%가 '너무 적다'고 답한 걸 보면 의원들의 의정비 인상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임을 알 수 있다.

굳이 조사결과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의원들의 의정비인상 추진은 너무 성급하다는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의원들은 의정비 인상을 주장하기 이전에 지방의회의 기능과 역할을 활성화하기 위한 주제를 위해 머릴 맞대길 바란다.

의회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권 조정과 의회 전문위원 확충 등 할 일이 산적해 있지 않은가.

현실적으로 국회의원과 같이 보좌역들의 조력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여서 의정활동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손쉽게 의정비 인상을 통해 경제적 보상을 받으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지지와 격려를 받을 수 있도록 의정활동을 내실 있게 추진하는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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