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구 유감
피구 유감
  •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동화작가
  • 승인 2023.04.0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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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엿보기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동화작가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동화작가

 

영화 `우리들'은 첫 장면이 아이들 목소리로 시작합니다.

운동장이 배경이고 피구 시합을 위해 편을 나누는 장면입니다.

두 아이가 가위바위보 해서 한 사람씩 자기 편으로 데리고 가고 운동을 잘하지 못하는 선은 맨 마지막까지 남게 됩니다.

운동 경기를 하면서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기량이 남보다 뛰어난 친구를 같은 편으로 만들기 위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동화 `내가 모르는 사이에'에는 이와 반대되는 모습이 나옵니다. 반장인 효민이를 주목이는 다음과 같이 기억해요. 책 내용을 옮겨볼게요.

“일단 지홍이를 우리 편으로 고를래. 지홍이는 딱 봐도 보살 닮아서, 같은 편 되면 하늘이 도울 듯.”

축구 할 때 운동 신경이 꽝이라 다들 꺼리는 친구를 제일 먼저 팀에 넣는다.

승패가 우선이 아니라 함께 하는 즐거움과 편 나누는 과정에서 상처받을 친구를 배려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런 친구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문제를 넘어 편을 나누는 방식과 피구라는 경기의 구조적 문제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선 편을 나눌 때 두 사람이 주장이 되어 다른 친구들을 뽑아가는 방식은 문제가 많습니다.

마치 `시장'을 연상하게 합니다. 물건 고르듯 자기 입맛에 맞는, 경기에서 이길 가능성이 큰 친구를 데리고 갑니다.

그렇게 되면서 맨 마지막까지 남게 되는 사람은 선택받지 못했다는 상실감에 상처받게 됩니다. 우리 사회는 더욱더 냉혹합니다.

한 사람만 살아남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면 저렇게까지 경쟁을 시켜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남들을 제치고 맨 꼭대기에 올랐을 때 정말 기쁠까요? 허탈하지 않을까요? `오징어 게임'에서 맨 마지막에 남았다고 해서 큰 행복이 찾아오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피구라는 운동 경기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대부분 구기 종목은 공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또는 골대에 공을 넣기 위해 경기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같은 편 선수끼리 협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피구는 사람을 안에 넣고 공으로 사람을 맞히는 경기입니다.

같은 편끼리 공을 주고받다가 적당한 때가 되면 안에 있는 사람에게 공을 던져서 맞힙니다. 아이들은 공을 피하며 꺄약!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신나게 뛰어다닙니다.

하지만 전 언제부턴가 피구 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냥하는 모습이 떠올랐어요.

공을 패스하는 모습은 마치 사냥감을 모는 듯하고, 공을 던지는 모습은 창을 던지거나 활을 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무리 말랑한 공으로 해도, 살살 던지자고 해도 공에 맞은 사람은 기분이 좋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공에 맞아 밖으로 나간 사람은 복수심에 불타 상대편 사람을 향해 온 힘을 모아 공을 던집니다.

운동하는 과정에서 같은 편 친구들과 협동하는 것을 배우면 좋겠는데 피구는 복수심을 키우게 됩니다.

아마 어릴 때, 피구 해보신 분은 경험이 있을 거예요.

피구하고 나면 꼭 싸우는 친구들이 있지요. 지나치게 공격성을 키우는 운동이라서 그렇습니다.

우리 사회가 서로를 공격하기보다 협력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라도 피구에 대해 생각해보고 상대방을 공격함으로써 즐거움을 찾는 운동은 지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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