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돌멩이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23.04.0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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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씨앗 한 톨
누군가의 돌탑.
누군가의 돌탑.

 

`돌멩이'라고 말하면 떠오르는 동요가 있다. `바윗돌 깨뜨려 돌덩이/돌덩이 깨뜨려 돌멩이/돌멩이 깨뜨려 자갈돌/자갈돌 깨뜨려 모래알/랄라라라라 랄라라/랄라라라라 랄라라' 몇 번을 연거푸 불러도 신나는 노래다. 굳이 점층법과 점강법을 따지지 않아도 즐겁다.

어린 시절에는 어디를 가도 걷다 보면 발에 채이는 돌멩이가 허다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아파트 건물을 따라 차도와 보도가 정비되면서 새로운 지구(地區)로 도시의 한 자리를 차지한 곳을 걷게 되면, 사정이 더 딱해진다. 흔한 게 돌멩이가 아니다.

돌멩이를 보고 싶으면 도시에 남아있는 야트막한 산길로 들어서는 게 낫다. 거기엔 누군가 정성껏 쌓아놓은 돌탑들이 눈에 뜨이기 십상이고, 돌탑들의 생김새와 크기는 다를지라도 맨 꼭대기에 올려져 있는 것은 돌멩이들이니까.

강대헌 에세이스트
강대헌 에세이스트

 

소년 다윗의 손에 들려졌던 돌멩이를 생각한다. 스스로를 메뚜기같이 여기면서 쫄았던 사람들을 대신해 국가대표로 나와 키가 3미터나 되는 거인 골리앗을 단번에 쓰러뜨린 다윗의 기백(氣魄)을 떠올린다.

꿈쩍도 하지 않는 바윗돌을 굴리려는 헛수고를 마다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비장한 용기로 나서게 만드는 돌멩이가 당신의 삶을 싹 틔우는 씨앗 한 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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